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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해찬, 북한과 통일전선 하나” “시대착오적 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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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국보법 발언 … 여야 공방

김성태 “어느 나라 집권당 대표냐”

문 대통령도 대선 때 “개선 필요”

DJ·노무현 모두 2년차에 추진

중앙일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한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8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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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국가보안법을 언급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평양 발언’에 대한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8일 야당에선 “제정신이냐” “재수 없는 발언”이란 격한 말이 나왔고, 민주당은 “시대착오적인 공세”라고 맞섰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지 14년 만에 여야가 재충돌하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 출신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선공을 했다. 이날 오전 9시 공식 성명서를 통해 “김영남과 이해찬이 북측의 통일전선 단일대오 형성을 완료한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해찬 대표의 ‘대표’라는 직함을 뺀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이 부의장은 “국가보안법의 존폐 문제를 북측 인사들 면전에서 거론하는 것이 선거전략으로서 북풍 유도를 위한 의도인지는 몰라도 제정신인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도 했다.

성명이 나온 지 1시간30분 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이 부의장을 비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 부의장 주장은 구태의연한 색깔론과 시대착오적인 반공 이데올로기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부의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훼손으로 일관한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아직도 본인의 위치가 친박 실세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는 북한을 방문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 등의 얘기를 상사에게 보고하듯 하느냐”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말에도 때와 장소가 있다. 이 대표는 어느 나라 집권당 대표인가”라고 거들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발언은 북한 간부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재수 없는 발언이다. 국가보안법을 북한에 가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국가보안법 이슈가 여야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 개정을 주장해 왔던 터라 남북 평화 모드와 맞물려 여권에서 힘있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월 대선 토론회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는가”라고 묻자 “우선은 그렇게 생각한다. 찬양·고무 조항은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의 ‘평양 발언’과 관련해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염원”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한국당은 보수층의 재결집을 위해 국가보안법 논란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와 노동당 규약에 대한 지적조차 없는 상황에서 국보법 얘기를 꺼내는 건 분별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 폐지가 추진되면 당에서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보안법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2년 차에 개정·폐지를 추진했다가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에 막혀 무산됐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8·15 경축사에서 국가보안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안 사범의 신고 의무(불고지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당시 한나라당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9월 5일 밤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치권에 화두를 던졌다. 당시 열린우리당, 새천년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은 국가보안법 처리 논의를 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유보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3명의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현실적으로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된 상태여서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일훈·성지원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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