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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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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정신적 스트레스 억누르면 통증, 신경 마비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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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신체 질환' 원인·치료법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 땐

통증 유발 물질 만들어져

운동·감각 신경은 무뎌져"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그냥 속담이려니 생각할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얘기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 증상으로 이어지는 일은 사실 꽤 많다. 이런 현상을 정신과 분야에서는 ‘정신신체 질환’으로 따로 분류할 정도다. 명절증후군도 결국 이런 정신신체 질환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보통은 원인을 몰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는다. 정신신체 질환이 나타나는 이유와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정신신체 질환은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생긴 질병을 말한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은 교수는 “예전에는 마음의 문제라고만 치부했지만 이제는 정신적인 문제가 직접 신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한 신체 부위에 통증 일으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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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신체 질환은 주로 두통·복통·흉통·요통 등의 통증으로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분노를 억누르는 등의 상황이 생기면 우선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처음에는 아드레날린이라는 방어 물질이 분비된다. 업무 능력이 일시적으로 강화되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뇌하수체의 부신피질이 자극돼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면역력을 떨어뜨려 세포를 죽이고 통증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통증 유발 물질도 만들어낸다. 이들 물질이 허리·무릎·배 등 사람마다 약한 부위에서 통증을 일으킨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감각·운동 신경 마비로도 나타난다. 이은 교수는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들리지 않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걸을 수 없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각과 운동에 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뇌와 몸의 신경계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뇌가 감각·운동 신경에 직접 명령을 내려 증상을 일으킨다.

이런 정신신체 질환 환자들은 사회·경제적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우선 꾀병을 앓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 쉽다. 증상은 뚜렷한데 관련 검사를 해봐도 문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걱정해주던 가족들도 엄살을 부린다고 핀잔을 준다. 직장에서도 게으르고 나약한 사람이라고 낙인찍히기 쉽다. 경제적 손실도 뒤따른다.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과를 전전하고 매년 고가의 검진을 연속해서 받는 경우가 많다. 종합검진 때도 필요 없는 검진까지 선택하는 일이 많다. 게다가 약물중독 우려도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만성 통증으로 통증 약을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며 “내성이 생기고 간 손상 등의 2차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 취미로 마음 충전


정신신체 질환은 어떻게 치료할까. 감각·운동 신경 마비 증상은 보통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시부모님이나 직장 상사와의 마찰 등이 원인이라면 해당 원인과 접촉을 피하는 게 가장 좋다. 이 교수는 “눈이 안 보여서 입원한 환자도 시댁 식구들의 접근을 막았더니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며칠 만에 시력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의 경우 ‘털어놓기’ 심리치료가 도움이 된다. 사회적 지위 때문에, 또는 치졸하다는 얘기를 들을까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을 표현하지 못하고 묻어놓는 사람이 많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니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원인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심리치료를 하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심리치료와 더불어 ‘마음 충전’도 필요하다. 스트레스 등으로 마음을 쓰는 것이 ‘소비’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은 ‘충전’이다. 윤 교수는 “우리 마음은 휴대전화와 똑같아서 일정 시간마다 충전하지 않으면 방전된다”고 말했다. 마음이 ‘방전’되는 순간 여러 신체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마음을 충전해주는 자신만의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어야 한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사람마다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충전 활동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단 ‘그냥 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윤 교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사람이 많은데,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마음 충전 용도로는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마음이 좋아하는 ‘어떤 활동’을 해야만 충전이 된다는 것이다.운동도 중요하다.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활성도를 높여 ‘천연 항우울제’ 역할을 한다.

약물 사용도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된 경우 심리치료만으로는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윤 교수는 “최근에는 내성이나 부작용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적인 약물이 많이 나왔다”며 “전문가와 상담한 뒤 적절한 시기에 약물을 써야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원인을 모르던 증상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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