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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경기도가 갓길 잡풀 관리 않아 사망사고" 소송에 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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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갓길 잡풀 관리 않아 사망사고" 소송에 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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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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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9월, 경기도 화성시의 한 리 단위 마을 근처 도로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번화하지 않은 도로는 어두웠고 화물차는 앞서 가던 보행자를 쳤다. 보행자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보도가 따로 없는 곳이었다. 차로와 차로 옆 갓길이 있었다. 화물차 보험사는 "갓길에 흙과 잡풀이 많아 갓길로 걷는게 불가능해지자 보행자가 차로를 따라 보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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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지점 인근 도로 모습. [사진 다음 로드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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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는 숨진 보행자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경기도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우리 쪽 운전자의 과실도 있지만, 보행자 통행이 가능할 정도 너비의 갓길을 확보·유지하지 않은 지자체의 책임도 30%는 된다"며 유족들에게 준 보험금의 30%를 경기도가 메꿔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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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전경 [사진 수원지법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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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수원지방법원 민사15단독 강건우 판사는 "사고가 발생한 도로 갓길에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보험사) 패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지난달 8일 확정됐다.

갓길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고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강 판사는 "도로 갓길에 잡풀이 자라고 있어 관련 규정상 이 도로가 갖춰야할 갓길 너비에 미치지 못한 것은 맞지만, 흙과 잡풀이 차지하는 너비를 감안해도 한 사람이 보행하는 데 지장의 없을 정도의 너비는 확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강 판사는 또 "초가을 무렵 잡풀이 자란 정도를 감안할 때 경기도가 갓길관리를 완전히 방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많지 않은 예산으로 넓은 지역의 수많은 도로를 관리해야 하는 국가나 지자체에 항상 모든 갓길의 흙과 잡풀을 제거해 보행자 통행이 용이하도록 유지할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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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풀이 도로의 모습. [사진 다음 로드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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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도로의 설치 및 관리에 있어서 항상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도로의 설치·관리상 하자는 도로의 위치와 구조, 사고시 교통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도로 탓을 하기엔 운전자 과실도 컸다. 강 판사는 "화물차 운전자는 이 도로 주변 아파트 주민으로, 비포장 상태인 갓길이 불편해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은에도 서행·전방주시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제한속도를 초과해 주행하기까지 했다"면서 "야간이라고 해도 평지 직선도로에서 정상적으로 차량의 전조등을 작동했다면 오른쪽에 앞서 가는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는 멀리서도 쉽게 확인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봤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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