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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추석 연휴 불청객 '화마(火魔)', 이렇게 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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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화재 대피 요령...알아두면 쓸모 있는 화재 대피 훈련 체험기

아시아경제

아파트 화재. 자료 사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다.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 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중순 충남 천안시 동남구 태조산 기슭에 위치한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만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 화재 대피ㆍ인명 구조 훈련을 체험하면서 이같은 '진리'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실제 훈련에 앞서 '이론'을 교육받았다. 강사는 주로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화재에 대응하는 요령을 가르쳤다. 아파트의 경우 단독형 화재 경보기를 다른 층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연기가 들어 오는 양 측면, 즉 베란다 쪽과 부엌 쪽에 꼭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집에 화재가 나지 않았어도 한 밤 중에 다른 층에서 난 불로 연기를 들이마셔 사망하는 불상사를 당하지 않으려면 연기에 반응해 경보를 울리는 장치가 필수다. 아래층에서 불이 난 경우에는 계단을 통해서 밖으로 대피해야 하고, 1층 밖으로 나가기 어려울 경우 아파트 옥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특히 평상시 옥상문 개폐 및 화재시 자동 개방 여부 등을 체크해 두자. 단 엘리베이터를 사용했다간 정전에 멈출 게 뻔하고 연기에 질식하기 일쑤기 때문에 절대 피해야 한다.

또 자기 집에서 화재가 났을 경우 골든 타임은 약 5~10분, 그 시간 내에 화재를 스스로 진압하거나 탈출해야 한다. 이때 소화기의 배치가 중요하다. 대부분 현관 앞이나 문 밖 엘리베이터 앞에 1개만 설치해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강사는 안방에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유독가스로 인해 안방에서 자던 사람이 소화기를 가지러 가던 도중 질식해 쓰러지면 100% 사망한다는 것이다. 소화기는 일반 가정용 3kg짜리면 충분하지만 3년 후부터는 가끔 흔들어 줘서 내용물이 굳지 않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 아파트에는 화재 대피 장소 또는 대피로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알아 둬야 한다. 베란다 한쪽 벽은 얇은 판으로 이뤄져 발로 걷어 차거나 세게 때리면 부서져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다. 단 상대방 집에서 창고로 사용하면서 막아 놓으면 대피가 힘들 수 있으니 서로 유의해야 한다.

화재 진압에 실패해 대피할 경우 반드시 수건이나 옷가지에 물을 적셔 코와 입을 가리고 엎드린 채 이동한다. 일어서서 대피하면 곧 유독가스에 중독돼 사망하게 될 수 있다. 한쪽 손으로 벽 면을 짚고 방향을 확인하면서 대피한다. 문을 열 땐 폭발 현상에 조심해야 한다. 손잡이를 잡아 봐서 뜨거울 경우 절대 문을 열어선 안 된다. 도피할 곳이 없을 때는 화장실에 숨는다.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진입할 때까지 최대 20~30분까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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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강기 사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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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나 다중이용시설에 비치된 완강기가 있을 경우 고장 여부도 파악해 둬야 한다. 대부분 유효 기간이 10년인 제품인데, 낡아도 그냥 비치해 두는 경우가 많아 작동이 안 될 수가 있다. 또 거는 고리가 설치돼 있어야 하는 데, 완강기 박스만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완강기는 줄의 길이가 8층 정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만약 10층에 있다면 완강기를 탔을 경우 지상에 내려설 수는 없으니 아래층으로 대피하는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

이같은 이론 교육을 받고 첫 단계인 '암흑 탈출' 훈련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화재 상황을 가정해 조명이 꺼진 깜깜한 어둠 속에서 간간히 뿜어 지는 짙은 연기를 뚫고 탈출해야 하는 훈련이다. 바짝 긴장한 탓인지, 눈을 뜨고 방향을 찾아야 했지만 저절로 눈이 감겼다. 미리 교육받은 대로 벽을 한 손으로 더듬으면서 문과 벽을 구분하려 애썼지만 매우 어려웠다. 중간 중간 훅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공포감이 더해졌다. 간신히 빠져 나온 후엔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옛 속담은 말 그대로 '속담'일 뿐, 현실에선 구현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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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는 소화기 사용 훈련. 소화기를 한 손으로 들고 안전핀을 뽑는다. 노즐을 뺀 후 불이 난 장소로 다가가 바람을 등지고 손잡이를 꽉 움켜줘 분사한다. 요령은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일일이 지도를 받아야 할 정도로 헷갈렸다. 특히 강사는 15년 이상된 소화기는 사용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고, 3년 이상 됐어도 소화 분말이 굳어서 사용할 수 없을 수 있으니 평소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내 소화전의 경우 호스 외에 노즐과 관창이 분실돼 있는 경우가 많아 살펴 봐야 한다.

이어 약 10m의 벽에서 완강기를 타는 훈련을 했다. 박스에서 완강기를 꺼내 고리를 건 다음, 로프를 창박으로 던졌다. 이후 벨트를 가슴에 두른 후 가슴둘레에 맞게 길이를 조정하면 된다. 벽면을 보면서 안전하게 내려가면 끝. 완강기라는 이름 그대로 천천히 내려가도록 만드는 도구여서 높이에 비해 생각보다는 공포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사전 지식이나 안내없이 이용했을 경우엔 단순히 로프 정도로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강사는 "완강기를 줄로 생각에서 매달고 타고 내려가다가 힘이 빠져 추락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에어매트 사용법. 2층 높이 건물에서 미리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단순한 훈련이었다. 중요한 것은 공포를 이기고 누운 자세 또는 엉덩이부터 닿도록 앉은 자세로 떨어져야 부상이 없다는 점. 하지만 공포에 질린 탓인지 다리부터 추락했다. 허리디스크를 앓은 적이 있어 며칠 동안 허리에 통증이 올 정도로 충격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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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를 구조하기 위한 심폐소생술 교육도 참여해봤다. 사람이 쓰러져 있을 경우 먼저 바른 자세로 눕게 한다. 또 어깨를 흔들어 의식이 있는 지 물어 보면서 심폐소생술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주변 사람들한테 심장충격기(AED)와 119 신고를 부탁한다. 이땐 반드시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지목하면서 요청해야 한다. 목격자가 많을 수록 무관심해지는 '제노비스 신드롬' 때문이다. 즉 예를 들어 "저기 안경 쓴 아주머니, 119에 신고해주시고요, 점퍼 입은 학생 AED 좀 갖다 주세요"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선 환자의 웃옷을 제거한 후 명치 위 가슴골을 깍지를 끼고 1분당 100~120회 정도의 속도로 30번씩 누른다. 중간에 인공호흡도 할 수 있지만 심정지 환자의 경우 안 해도 괜찮다. '만약 환자에게 안 좋은 일이 있을 경우 책임을 지게 되면 어떻게 하냐'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응급환자 관련 법에 따라 선의에 따라 이뤄진 긴급 구조 행위에 대해선 면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강사의 설명이었다.

떡이나 단단한 식품을 먹다가 기도가 폐쇄됐을 때 행하는 하인리히법도 간단히 실습했다. 성인의 경우 등 뒤에서 허리 윗 부분을 껴안고 들어 올리면서 반동을 준다. 영아의 경우 한 손으로 아이를 바친 후 등을 두드려 토하게 한다.

대강의 교육을 받은 후 강의실을 빠져 나오던 길, 섭씨 35도의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산소통을 짊어진 채 뛰고 있는 소방관 후보생들과 마주쳤다. 그들의 노고에 나의 체험이 합쳐진다면 화재시 안전은 보장될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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