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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추석 '점 100' 고스톱, 도박일까 오락일까… '한 끗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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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스톱 자료 사진. [중앙포토]


명절 때마다 치는 고스톱, 도박일까
추석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오락’이 등장한다. 점당 100원, 200원을 걸고 진행하는 화투나 카드 게임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고스톱 역시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도박죄’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형법상 도박 혐의로 적발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상습범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벌이 높아진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장소와 시간▶도박한 사람의 직업▶판돈의 규모▶도박하게 된 경위▶상습성 등을 토대로 도박죄인지 단순 오락인지를 구분한다. 명절 고스톱이 도박인지 오락인지는 사실 ‘한 끗’ 차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서울서부지법은 도박 혐의로 기소된 김모(70ㆍ여)씨 등 5명에게 각각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8월10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30분까지 점 200원의 고스톱을 쳤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판돈은 크지 않았지만 친목이 아닌 목적성을 갖고 사람들이 만나 늦은 시간까지 도박이 이어진 게 유죄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상습성 인정될 때에는 도박죄 처벌
오간 액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상습성이 인정될 때에는 도박죄 처벌을 받는다. 2015년 9월 수원지법은 도박혐의로 기소된 A씨 등 5명과 도박방조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각각 벌금 5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B씨가 제공한 지하방에서 1점당 100원씩 지급하는 방법으로 총 5만7000원을 가지고 수십회에 걸쳐 고스톱 도박을 했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법원의 주요 판단 근거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2007년 인천지법은 지인과 함께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친 오모(59)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판돈은 2만8700원에 불과했지만, 오씨가 월 10만~20만원의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해당 금액이 여성에게 적은 돈이 아니라고 판단, 벌금 30만원을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처벌하지 않고 2년 후 면소해 없던 일로 해주는 일종의 ‘선처’다.

‘점100’ 고스톱이라도 다 오씨처럼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2009년 대법원은 술값을 마련하고자 판돈 2만2900원을 걸고 1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40여분 친 남성 3명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원심 재판부가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저녁 술값을 마련하고자 고스톱을 쳤고 고스톱을 친 시간이 짧으며 판돈의 규모가 2만 2900원에 불과한 점” 등을 들어 당시 고스톱을 일시오락이라고 봤고, 대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중앙일보

고스톱을 치는 장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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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노인들 무료함 달래려 고스톱 쳤을 뿐"
춘천지법 역시 2016년 7월 마을회관에서 동네 지인들과 점당 100원 고스톱을 친 70대 노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공개된 장소에서 판돈 2만~3만원은 도박성이 미약하고, 노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고스톱을 친 것까지 도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평소 친분 관계가 있던 주민들이 모인 점도 법원 판단에 작용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1점당 1000원 미만이나 판돈 20만원 미만, 일시적 도박'에 대해선 대체로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 지역의 한 판사는 “화투나 카드게임이 도박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판돈뿐 아니라 화투를 함께한 사람들의 관계 등 다양한 요건들이 고려돼야 한다”라며 “소액으로 가족들 사이에 한 화투의 경우 혹시 신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소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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