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중학교에 성희롱 사실을 폭로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해당 중학교 SNS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학생들이 교사의 성희롱과 성추행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가 전국으로 번지는 가운데 학교 측이 폭로자 색출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련 조사에 나선 일부 교육청도 학생 전수조사 때 실명을 적도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충청남도 논산군의 A 여자상업고등학교 재학생들에 따르면 미투 폭로 직후 제보자를 겨냥한 일부 교사들의 직·간접적 협박 의혹이 나왔다. 해당 학교는 이달 10일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 곳이다.
학생들은 미투 폭로 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으로 올라온 다음 날인 11일 일부 교사들이 각 교실을 찾아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다. 교사들이 "폭로한 학생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선생님과 경찰서에 동행해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너희들한테 정 떨어졌다", "함부로 말하면 너희 진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투 폭로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에 교사들의 협박성 발언이 나오며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재학생 B양은 "선생님들이 SNS 폭로 글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SNS 계정주와 제보자들을 찾아내 경찰서에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다"며 "학생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겁 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에서는 남성 교사가 출석부로 학생의 신체 부위를 건드리고 어깨를 주무르는 등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했다는 내용이 폭로됐다. 학생들은 "수업에 이렇게 집중을 안 하니 돈 많은 남자 만날 수 있겠느냐" 등 성차별적 발언을 한 교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협박성 발언과 관련해 학교 측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A 학교 관계자는 "(협박 의혹 공고문은) 일부 교사가 아이들에게 경찰 조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하려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며 "부적절한 언행을 했을 수는 있으나 학교 차원에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미투 관련 발언을 삼갈 것을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학교성폭력전담관이 교육청과 공조해 미투 관련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논산경찰서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와 피해 학생을 동행해 조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피해 학생을 조사하더라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 동의하에 조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달 12일과 13일에 걸쳐 충청남도교육청이 진행한 전수조사가 실명으로 진행된 것도 논란이 됐다. 학생들은 "솔직하게 썼다가 경찰 조사를 받거나 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노출될까봐 두려웠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을 경우 해당 가해 교사 처벌이 어렵다는 경찰 조언에 따라 부득이하게 실명 조사를 하게 됐다"며 "학생들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신원노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9일 서울 광진구의 C 중학교에서는 미투로 성희롱 의혹이 폭로된 교사가 학생들에게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나왔다. 11일 미투 폭로가 제기된 인천의 한 여자 중학교에서도 일부 교사들이 성희롱·성추행 폭로 내용을 적은 포스트잇을 학생들이 교내에 붙이지 못하도록 제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C 중학교 재학생 D양은 "폭로 직후 해당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내가 성희롱 했다고 유명해졌는데 너희들도 나를 아느냐'며 묻고 다녔다"며 "피해 학생들을 비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쿨 미투가 발생했을 때 학교 측의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쿨 미투는 시대가 바뀌면서 생긴 새로운 현상으로 아직 일선 학교들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자칫 2·3차 가해가 일어날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성 연구위원은 "학교 내 성폭력전담 기구를 설치해 폭로 이후에는 담당 선생님의 적극적인 보호 아래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생들이 신변노출의 위험 없이 경찰·교육청 조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진 기자 hjl1210@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