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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지난 9일 충북여중 학생이 교사에게 성희롱 당하고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트윗을 남긴 이후 연일 ‘스쿨미투’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한 학생의 용기있는 발언 이후 학생들은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내며 파급효과가 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모이고 있다.
한동안 잠잠해지는가 싶던 학교 내 성폭력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학생들의 용기있는 ‘스쿨미투’ 폭로는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달에만 20여 곳에 달한다.
대전의 한 사립여고 교사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하고 성차별 발언을 수차례 가했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교사는 "얼굴만 보고도 몸무게를 맞출 수 있다","옷 벗으면 수행평가 만점"등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학생들이 SNS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퍼나르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당국은 감사에 나섰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선 학생들은 교사의 성희롱 언행을 폭로하며 적극 동참 의지를 포스트잇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쪽지에는 "무릎에 앉으면 만점을 준다"든가 여성의 몸매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교사의 발언을 쏟아냈다. 학생들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등 내용을 남기며 ‘스쿨 미투’에 적극 동참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또 SNS에는 학교 이름에 해쉬태그를 붙인 계정이 속속 늘어나면서 "너희는 내 앞에서 자면 안돼 위험해","여자들은 허벅지가 튼실해야 한다"등 교사들의 성희롱 발언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최근 학생들의 적극적인 ‘미투’ 고발은 처벌로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7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은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미투를 폭로하기도 했다. 지난달 학교 관계자 21명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징계 및 경고 조치를 받았다. 감사 결과 이 학교의 일부 교사는 성 비위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노원구의 한 여고 학생들은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미투(Metoo)'문구를 만들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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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을 두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교 교수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서열주의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은 비정상 행동이더라도 권위에 의해 정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학생들의 군중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라며 "최근 벌어지는 미투 폭로도 수 년간 이어져온 학생들의 불만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성세대에 속한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주는 것도 일종의 교육적 차원"라며 "관련자들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처벌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비위 사건에도 교사 징계는 ‘솜방망이’…“182명 여전히 교단에“
학내 성범죄 실태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사의 성추행·성폭행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10건 중 2건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5년간 전국 초중고 성비위 교원 징계처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494건의 성비위 발생 건 수중 182건(36.8%)는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저지른 것이다. 학생 대상 교사의 성추행땡성폭행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학생 대상 교사의 성비위 징계 건수는 2013년 20건에서 2016년 51건, 2017년 60건으로 5년 사이 3배나 늘었다.
또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 비위 교사는 260명이었고 이 가운데 61명이 재직 중이다. 하지만 성 비위 교사의 27%(132명)가 견책·감봉 등 가벼운 수준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청와대 게시판에는 해당 교육자를 엄벌에 처하고 (교육자가)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도입해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청원자는 "수많은 학생들이 SNS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의 압박 혹은 무관심 속에 수면 밑으로 사라져 갔다"며 "교육자의 성범죄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모든 교육자의 성 평등 강의 의무 이수제, 교육부의 정기 전체 사립·공립학교 동시 성범죄 감사 경찰의 스쿨 미투 공식 수사"등을 요구했다.
다만 이같이 학교 내 성폭력을 SNS를 통해 사회에 고발하는 '스쿨 미투'에 대해 전문가는 일정 부분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곽 교수는 "(학생들의 SNS를 통한 성폭력 고발은)SNS 특성 상 일부 거짓 정보도 부풀려지기 마련이다"면서 "이번 기회에 학생들에게 올바른 SNS 사용 방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려 관련자들에게는 처벌을 내리고 학생들에게는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올바른 교육 기회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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