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진단 덕에 환자 늘지만
진행 속도 느리고 생존율 높아
되레 수술 후유증 겪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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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발견해도 이해득실을 충분히 따져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른 암에 비해 진행이 느리고 생존율이 높은 특성 때문이다. 암 환자가 일반인보다 오래 사는 기현상이 나타나면서과잉 진단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까지 형성됐다. 갑상샘암 검진의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암 발생보다 발견 증가
과거 갑상샘암은 드문 암이었다. 1999년 갑상샘암 환자 수는 3325명으로 전체 암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년 갑상샘암 신규 환자는 4만2931명으로 12.8배나 늘었다. 당시 인구 10만 명당 갑상샘암 환자 수는 약 84만 명으로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갑상샘암 쓰나미(A tsunami of thyroid cancer)’라고 표현할 만큼 폭발적인 증가였다.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초음파 등 진단 장비가 발전하면서 수㎜ 크기의 미세한 암세포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2000년대부터 병원들이 건강검진에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적극 도입하면서 진단 기회가 늘었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안형식 교수는 “갑상샘암의 증가는 방사선 노출 등 생물학적 요인보다 ‘조기 검진’이라는 제도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암의 ‘발생’보다 ‘발견’이 늘었다는 것이다.
암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갑상샘암 증가를 견인했다. 일반적으로 암은 늦게 발견할수록 크기가 크고 다른 장기로 전이될 가능성 커서 치료가 어렵다. 갑상샘암도 다른 암처럼 조기 대처가 곧 치료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여겨졌다. 게다가 갑상샘암의 일종인 역형성암은 진단 후 3~6개월 이내에 90% 이상이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다. 일반 암세포가 변형돼 생성되지만 의료진조차 언제, 어떤 이유로 암이 독해지는지 알 수 없다. 조기 진단·수술이란 암의 ‘치료 공식’이 갑상샘암에도 통용됐던 이유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갑상샘암 진료가 너무 과도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관련 연구가 진행되면서 갑상샘암의 독특한 특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첫째, 생존율이 높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갑상샘암 5년 상대생존율은 100.2%로 전체 암 평균(70.7%)을 훌쩍 넘는다. 일반인보다 사망 위험이 낮다는 의미다. 암이 폐·뼈 등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원격 전이)된 환자는 0.6%에 불과하다. 이 역시 5년 상대생존율이 70.1%로 다른 암(위암 6.3%, 간암 2.8%)에 비해 눈에 띄게 높다. 갑상샘암의 97%가량이 유두암인 탓이다. 유두암은 커지는 속도가 느리고 원격 전이되는 경우도 드물어 치료가 잘 된다. 치료가 힘든 역형성암은 전체 갑상샘암의 1% 미만이다.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이용식 교수는 “유두암이 역형성암으로 변할 수 있지만 확률이 낮고 기간도 수십 년 이상 걸린다”며 “역형성암 환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으로 연간 30~50명밖에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둘째, 다른 암과 달리 조기 진단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갑상샘암은 대부분 진행 속도가 느리고 통증 없이 갑상샘 기능도 정상을 유지한다. 실제 국립암센터가 갑상샘암 검진과 관련된 네 편의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미리 검진 받은 쪽과 증상이 나타난 뒤 검진 받은 쪽은 림프절 침범, 원격 전이 등 질환 중증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 갑상샘암 사망자 수 역시 진단·수술이 급증한 뒤에도 크게 줄지 않았다.
조기 진단 효과 불분명
문제는 수술로 인한 후유증이다. 갑상샘을 모두 떼면 대사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 또 환자의 2%는 목소리가 변하고 11%는 부갑상샘이 손상돼 칼슘 대사 장애 등을 겪는다. 그런데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3분의 2는 갑상샘 절제술을 받았다(네이처, 2015). 안형식 교수는 “아무리 작은 암도 환자에게 마음의 짐이 되고 이런 부담감으로 불필요한 수술을 선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국립암센터는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는 애초에 갑상샘암 검진을 권하지 않는다. 단 크기가 1㎝ 이상인 경우 조직 검사로 혹(결절)인지 암인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용식 교수는 “갑상샘 껍질(피막) 두께는 0.5~1.5㎝로 결절이 1㎝ 이상이면 대부분 만져진다”며 “이때 병원에서 검진 받아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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