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맨 왼쪽), 손흥민(맨 오른쪽) 등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9일 경기도 파주NFC에서 달리기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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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는 제대로 끼웠으니 이제 승리의 함성을 이어갈 차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코스타리카와의 첫 경기에서 거둔 2대0 승리의 여세를 몰아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두 번째 평가전을 벌인다. 벤투 감독으로서는 취임 후 2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이고, 한국 축구로서도 그동안 부족했던 중남미 축구에 대한 실전 경험을 쌓을 소중한 평가전이다.
◆ '새 감독 효과' 언제까지?
일단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당시 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2대0으로 꺾더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며 모처럼 한국 축구가 살아나는 모양새다.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도 실점 없이 2점 차 쾌승을 거뒀다.
축구의 인기가 뜨거워지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코스타리카전이 열렸던 고양종합운동장 좌석 3만6127개가 매진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실시한 오픈 트레이닝 행사에는 무려 1100여 명의 팬이 모여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다만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 전임 감독 제도가 정착된 1997년 차범근 감독 이후 총 14명의 대표팀 감독이 거둔 데뷔전 성적표는 8승4무2패로 대부분 좋다. 실력이 단기간에 향상됐다기보다는 동기부여가 잘된 경기였다는 평가다. 이영표 해설위원도 "아직은 신임 감독과의 허니문 기간"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손흥민 혹사 논란 속 원톱 찾기
전술적으로도 새로운 과제들이 남아 있다. 감독을 막론하고 대표팀의 '에이스'로 군림해온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최근 '혹사 논란' 속에 있다. 손흥민 스스로는 언제든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칠레전에 출전하면 지난 5월 28일 온두라스전부터 107일 동안 19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하게 된다. 한국과 영국, 오스트리아, 러시아, 미국, 인도네시아 등 이동 거리까지 길었기에 체력적으로는 더욱 힘든 상황이어서 소속팀 토트넘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에서 중앙 공격수, 윙어 등 가리지 않고 뛰었던 손흥민이 제 컨디션이 아닐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공격 조합도 찾아봐야 한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4-3-3 포메이션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원톱 카드를 찾는 작업도 필요하다. 코스타리카전에서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지동원이 전형적인 원톱 스타일이 아니기에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득점왕 황의조의 출전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 제대로 된 상대, 칠레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경기 상대인 칠레는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진중한 축구를 하기 위해 적절한 스파링 파트너로 꼽힌다. 먼저 상대한 코스타리카는 지난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은 팀이지만 이번에는 세대교체와 장거리 비행 등으로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다. 반면 남미의 강호로 꼽히는 칠레는 선수 면면이나 현재 컨디션 등에서 코스타리카 이상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다. 특히 러시아월드컵에서 멕시코에 패하는 등 유독 중남미 축구에 약한 모습을 보여줬던 한국에 의미 있는 평가전이다.
칠레는 비록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코파 아메리카 2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남미의 강호다. 2017년에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FIFA 랭킹만 봐도 12위로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상대할 팀들 가운데 우루과이(5위) 다음으로 순위가 높다. 비록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인지도가 있는 알렉시스 산체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빠졌지만 그 외에 아르투로 비달(FC 바르셀로나)을 비롯해 가리 메델(베식타시)과 마우리시오 이슬라(페네르바체) 등 유럽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홋카이도 지진 여파로 일본 평가전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넘어와 시차 적응은 물론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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