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서울중앙지법=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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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통령이라 볼 수 없는 행태" vs 이명박 "'이미지 함정' 치욕적"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350억 원대의 자금 횡령과 110억 원대 뇌물 수수 등 16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6일 이 전 대통령의 결심 공판을 열고 검찰의 구형 의견, 변호인의 최후 변론과 피고인의 최후 진술을 들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는 이날 "피고인이 저지른 반헌법적 행위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무참히 붕괴된 자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굳건히 확립해야 한다"며 징역 20년·벌금 150억 원·추징금 111억4131만여원을 선고해달라 요청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당선 무효 사유를 은폐하고 17대 대통령에 취임, 이후에도 갖가지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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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국민 기만…당선 무효 사유 숨긴 채 대통령 지위 누렸다"
검찰은 이날 "지난 2년간 전직 대통령이 연달아 구속되는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되겠지만, 하루빨리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심각하게 훼손된 헌법 가치를 재확립하기 위해서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피고인이 온 국민을 상대로 자신과 무관하다고 강변하던 다스를 사금고처럼 이용하고 140억 원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국가 기관을 동원하는 등 자신의 권한과 영향력을 부당하게 사용해 사적 이익을 취득한 부정부패 행각이 드러났다"며 "대통령의 직무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우리 국민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열거하며 "도저히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 볼 수 없는 일련의 행태"라 비판했다.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또한 문제 삼았다. 검찰은 "역사와 국민 앞에 잘못을 구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자신이 지시한 다른 측근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다스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수시 기관, 더 나아가 국민에게 이를 철저히 은폐했고 도곡동 땅, BBK 문제 등을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국민을 기만하며 대한민국 제 17대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었다"며 "결국 피고인은 당선 무효 사유를 숨긴 채 국가 원수 대통령 지위를 누린 것이고, 취임 후에도 갖가지 범죄 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봤다.
또, "피고인은 퇴임 후 본건 수사 및 재판에서도 혐의 일체를 부인하며 한 차례 검찰 조사에만 응했을 뿐 이후 추가 조사와 본 법정에서 피고인 신문조차 거부하는 등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답변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앞선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의 모든 질문에 침묵한 점을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아 검찰의 구형 의견을 들었다. 그는 검찰이 20여분간 진행 끝에 징역 20년을 구형할 때에도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이 재판이 국내·외에 미치게 될 정치경제적 영향과 역사적 의미가 중차대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부축 받는 모습.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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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부정부패·정경유착 제일 싫어하는 것… 논현동 집 한 채가 재산 전부"
변호인은 검찰이 제기한 이 전 대통령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자가 대통령이라는 전제하에, 대통령의 지시로 거액의 자금이 비자금으로 조성되고, 김재정을 통해 이를 전달받는 형식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하였다고 기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위 횡령 공소사실에 대해 증거로 삼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도 김성우, 권승호 등의 진술이다"며 "법원이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진술의 일관성이다. 그런데 김성우 등의 진술은 전혀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 범행이 10여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 금액이 35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인데 대통령이 공범이라면 이렇게 아무런 흔적이 안 남을 수 있겠느냐"며 "검찰의 방대한 금융거래 추적으로도 위 돈이 김재정 앞으로 전달된 것까지만 입증되었을 뿐 대통령이 위 돈을 받았거나 사용했다고 하는 증거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고조됨에 따라, 대통령을 위해 진실을 말해 줄 참고인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변호인으로부터 증언이나 확인서 작성을 요청받았을 때 두려움에 빠져 거절하거나 망설이게 됐다. 혹자는 국민여론을 존중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이 가져야 할 자세 아니냐고 할지 모르나 이렇게 조성된 여론이 올바른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했다.
앞서 검찰의 피고인 신문을 거부했던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최후 진술을 위해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부축을 받는 모습.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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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변론이 끝나자 이 전 대통령이 최후 진술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저지른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응당 스스로 감당해야 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대통령으로서 한 일들은 또 그 나름대로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 재판이 국내·외에 미치게 될 정치경제적 영향과 역사적 의미가 중차대한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 내용은 대부분 돈과 결부됐다. 세간에서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불릴 만큼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았고, 거기다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돈과 권력을 부당하게 함께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부정부패, 정경유착, 그것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저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이라며 "지금 제 전 재산은 현재 살고 있는 논현동 집 한 채가 전부다. 검찰에서 혐의를 두는 그런 돈을 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4대강 사업, 제2롯데월드, 2008년 금융위기 극복, G20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녹생기후기금 유치 등 재임 중 사건을 열거하며 "지금 서민경제가 어렵고 외교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국민 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 나가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끝으로 이 전 대통령은 "나아가 대한민국은 자유, 평화, 번영을 이루며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해 나가리라 믿는다. 저는 기도를 계속할 것이다. 어디에 있든 깨어있을 때마다 이 나라, 이 국민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진술을 마쳤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4월9일 다스 관련 347억원의 횡령, 31억원의 조세포탈, 삼성그룹의 다스 미국 소송 지원 등 111억원의 뇌물, 대통령 기록물 3402건 유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재판은 오는 10월 5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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