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5 (화)

[L자형 경기침체] 벽에 부닥친 소득주도·혁신성장…'교통정리' 필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세종 =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3대 경제전략 중 핵심인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이 벽에 부딪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규제혁신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규제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L자'형 장기침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정부가 성장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5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8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규제프리존 및 경제특구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많은 법안들이 하나도 통과되지 않았다"며 "기업인들은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며 20대 국회의 상반기가 끝났지만, 결국 규제개혁 법안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한 심경을 내비친 것이다. 박 회장은 20대 국회를 9차례나 방문해 규제개혁을 요구해 왔다.

특히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처리를 국회에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내 강경파들이 이에 반기를 들며 혁신성장 활성화 흐름도 막혔다. 문 대통령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 영국이 만든 '붉은 깃발법'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서 밀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해왔다. 국회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주요 참모진의 '친정' 격인 참여연대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포함한 주요 규제개혁 과제를 '무분별한 규제완화 입법'으로 규정하며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가 낙수효과 대신 분수효과를 노리고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역시 잇달아 경제 성적표가 낙제점을 받으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지난 1분기 8.0%, 2분기 7.6% 줄어들며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1분위와 5분위 간 소득 배율을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각각 5.95배, 5.23배로 역대 최악 수준으로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1분기 대비 1.0% 감소하며 소득주도 성장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당초 궤도 대로 가고 있는 것은 '공정경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주도 하에 공정위는 38년만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정부의 다른 경제 기조들과 공정경제가 유기적으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기업 옥죄기'만 강화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경제 기조간의 우선순위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세 가지 기조간 뚜렷한 우선순위 없이 제각각 추진하다 보니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다는 따로 놀고 있다"며 "성장 정책인 혁신성장을 최우선으로 두고 사실상의 분배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을 그 아래 두는 등 문 대통령이 직접 우선순위를 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