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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MT리포트]'고령화' 밤되면 사라지는 개인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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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이동우 기자] [편집자주] 매일 밤 거리에서선 전쟁이 벌어진다. 택시에 올라타려는 사람과 거부하는 사람. 수십년째 승차거부가 계속되지만 당국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해결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지가 없는 것일까. 시민의 불편은 끝없이 이어진다. 난제인 승차거부의 문제를 다각도로 들여다 보고 해법을 모색해 봤다.

[택시전쟁, 이제 끝내자]⑤60대 이상 70% 육박, 야간 운행률↓…'4800만원 세금룰'도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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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차 개인택시 기사 김모씨(72)는 5년 전부터 심야 근무를 나가지 않는다. 쉬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새벽 4시에 나와서 오후 6시면 퇴근한다. 김씨가 밤 근무를 포기한 건 술 취한 손님을 상대하기 싫어서다. 술 취한 손님과 시비가 붙어 힘을 빼느니 차라리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편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다.

#5년 전 개인택시를 몰기 시작한 이모씨(65)도 밤 10시 전에 퇴근한다. 야간에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새벽만 되면 피곤함이 몰려와 심야운행을 하지 않는다. 이씨에게 하루에 5만원 더 버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개인택시의 심야 운행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서울시 전체 택시의 약 70% 가까이 차지하는 개인택시가 심야운행을 줄이며 택시의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갖은 대책에도 좀처럼 줄지 않는 승차거부와 '디지털 승차거부'(콜거부)의 숨은 원인인 셈이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등록 개인택시는 4만9242대로 전체의 67.7%다. 법인택시는 개인택시의 절반 수준인 2만2603대에 그친다.

개인택시의 심야 운행이 감소하는 건 운전기사의 고령화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개인택시 기사 4만9242명 가운데 60대 이상은 67.9%(3만3443명)로 집계된다. 70대 이상은 17.6%(8668명)를 차지하고 80대 이상도 187명이나 된다. 60대 이상 비율은 법인택시 기사(3만1958명) 46.8%(1만4964명)보다도 20%포인트 이상 높다.

실제 서울연구원이 2016년 발간한 정책리포트에 따르면 60~64세 개인택시 기사의 운행률은 37~47%로 60세 미만 기사의 심야 운행률 53~65%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65세 이상 69세 미만 운전기사의 운행률은 27~34%, 70세 이상 17~24%로 고령 운전자일수록 심야운행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최모씨(70)는 "자녀들도 다 결혼했고 이제는 용돈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택시를 하고 있다"며 "이 나이 들어 돈 조금 더 벌자고 잠 못 자고 아들뻘 되는 술 취한 손님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개인택시의 심야 운행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시에서는 2015년 택시의 심야 운행 의무화(심야택시 할당제)를 내놓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개인택시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서울시는 한 달에 6일 이상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의무적으로 운행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1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었다.

일부 개인택시 기사들은 심야 운행을 자제하는 이유로 세금 문제를 들기도 한다. 현재 개인택시 사업자는 연 매출 4800만원 미만일 경우 간이과세자로 돼 있어 매출액의 0.5~3%를 세금으로 낸다. 하지만 매출액 4800만원을 초과하면 일반사업자로 분류돼 매출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게 된다.

지난해 서울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개인택시는 월 250만~350만원의 수입이 전체의 35.4%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0만~250만원(14.2%), 350만~400만원(12.9%) 등이 뒤를 이었다. 월 4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개인택시 기사는 11.7%에 그쳤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씨(54)는 "11월 말이 되면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4800만원을 넘을 것 같으면 아예 운전을 안 해버린다"며 "연말 심야에 택시가 줄어드는 것도 4800만원을 넘지 않기 위해 운행을 쉬는 택시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이동우 기자 can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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