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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가 제일 크죠. 근데 전 다른 점주들과는 생각이 좀 달랐어요. 대기업 편의점 브랜드 간판 달고 영업하는 건데 왜 점원 고용하는 인건비 부담은 점주만 져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지난해까지 편의점 점주였던 최모씨(39)가 영업을 그만두고 점포를 넘기기로 결심한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최저임금이 오를 것이 확실해 보이면서 최씨는 나름의 계산을 해봤다. 최씨 본인은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작은 점포를 하루 세 명의 알바 노동자가 맡아 일한다. 최저임금이 10%만 올라도 부담은 고스란히 최씨가 져야 한다. 다음해인 올해의 최저임금이 아직 결정되기 전이었지만 최씨는 계약기간 5년을 채우고 미련 없이 가게를 넘겼다. 한 달 인건비가 400만원에 육박하는데 10%가 올라도 40만원이 추가로 나가면 결국 최씨가 손에 쥐는 돈은 10만원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금도 그때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지난해보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올랐기 때문이다. 최씨가 당시 올리던 매출은 하루 평균 130만원 정도였다. 한 달로 치면 4000만원이 채 안 된다. 매출이익률이 25%이기 때문에 매출이익은 약 1000만원, 그 중 본사에 35%가 넘어가고 최씨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65%인 650만원 정도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돈이 나갈 일만 남는다. 임대료와 전기요금 등 운영비용, 그리고 인건비를 빼면 영업 당시엔 월 50만원 정도가 남았다. 투자로만 보면 기본투자금과 담보금을 더해 7000만원이 넘게 투자한 것 치고는 수익률이 나쁘지 않지만 점주이기 때문에 자질구레하게 신경써야 할 일까지 생각하면 만족할 만한 액수는 아니었다. 최씨는 “하루 종일 가게에서 손님들 상대하는 알바들 생각하면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문제는 매출이익의 35%씩 꼬박꼬박 가져가면서 인건비나 임대료 상승 부담은 전적으로 점주들에게 돌아가는 본사 중심의 구조”라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의 직장이 있기 때문에 영업을 직원들에게 일임하므로 남는 이익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생계형 점주들은 대체로 일정 시간을 자신이 직접 점포에서 일하면서 인건비를 줄인다. 그렇다고 해도 점포 규모가 작거나 인근에 경쟁 점포들이 많으면 점주 역시 챙기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편의점 본사와의 계약서에는 최저수입을 보장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최저수입 기준이 매출이익 정산금보다 낮을 정도라면 하루빨리 폐업하는 것이 나을 정도의 기준이라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상권이 자리 잡으면 올라가는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을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사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드는 한 축에 영업 사정과는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가맹비와 매출이익을 가져가는 ‘갑’인 가맹본사가 있다면, 가맹 형태가 아닌 자영업자들에게는 누구보다 건물주가 ‘갑’일 수밖에 없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유주원씨(42)는 아직 임대차계약 기간이 1년 가까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고민이다. 유씨는 점원도 고용하지 않고 여동생과 같이 단둘만 일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이 문제다.
4년 전 대로를 낀 골목 모퉁이에 비교적 임대료가 싼 점포를 빌려 ‘오픈빨’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유씨의 카페 영업은 순조로워 보였다. 그런데 점차 매출은 줄어드는데 유씨 가게와 비슷한 성격의 경쟁업소들은 늘었다. 차라리 다양한 특성의 카페가 모여 거리가 손님들로 활력이 돌기만 하면 그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문제는 상권이 자리 잡는다고 판단한 임대인들이 점차 세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유씨는 “손님이 꾸준히 몰리기만 하면 임대료가 오르더라도 권리금이나 얼마간 챙겨서 다른 동네로 갈 수는 있는데, 임대료만 높아지고 정작 손님은 줄어드니 버틸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며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들어본 적도 없는 어려운 말이 막상 옆에 있던 점포 주인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현실이 되니까 내가 다음 차례가 될 것 같아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유씨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 초 최종적으로 폐업을 결정한 이모씨(45)도 결국 인근의 자영업 사업장이 과밀화되면서 수익이 줄어들어 문을 닫은 경우다. 이씨는 2016년 당시로서는 소자본으로 열 수 있는 대표적 외식업종으로 인기를 끌었던 핫도그 가게를 열었다. 값은 저렴하지만 기존의 노점 핫도그와는 달리 다른 재료를 써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어 손님들의 발길을 끌었다. 하지만 유행은 오래 가지 못했다. 비슷한 특성의 핫도그 가게가 상가 거리에 한 곳 더 생기자 이씨 가게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처음 가게를 열고 한동안 매출이 늘 때까지만 해도 점포를 한 군데 더 열 생각도 있었던 이씨는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결국 장사를 접고 말았다. 이씨는 “내가 장사가 잘 된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그땐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자본금도 적고 서비스업에 전문성도 없이 도전했다가는 한철 장사 지나가면 접어야 된다는 교훈을 비싸게 얻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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