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 년 전 러시아 알타이산맥의 한 동굴에 살았던 한 소녀가 인류의 먼 조상인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과 데니소바인(Denisovan)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인류는 3만~4만년 전 멸종했다. 과거에도 서로 다른 인류 조상 종(種) 사이에 피를 나눈 흔적이 발견됐지만, 두 인류 종 사이에 태어난 1세대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 연구진은 지난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러시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한 뼈 화석의 DNA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 어머니와 데니소바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13세 소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소녀에게 '데니(Denny)'란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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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6만년 전부터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에는 이미 4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온 네안데르탈인이 정착해 있었다. 동쪽 아시아는 데니소바인의 땅이었다.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된 이 원시 인류는 8만년 전부터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멜라네시아에서 살기 시작했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DNA가 네안데르탈인과 일치해 소녀의 어머니가 네안데르탈인, 아버지는 데니소바인으로 확인됐다. 세포핵밖에 있는 에너지 생성기관인 미토콘드리아도 DNA를 갖고 있는데, 이는 오직 난자에서 유래한다. 즉 모계(母系)로만 유전되는 것이다.
인류 조상 종 간의 만남은 드문 일이 아니다. 오늘날 인류의 DNA에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으며, 4만5000년 전 파푸아뉴기니에 정착한 호모 사피엔스는 데니소바인의 DNA를 갖고 있었다. 스반테 파보 박사는 "유럽의 네안데르탈인과 아시아의 데니소바인은 경계지역에서 종종 만났을 것"이라며 "결국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멸종했다기보다는 현생 인류에 흡수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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