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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훈련 전문가 에란 카츠

제9회 문화소통포럼 맞춰 방한

망각도 더 좋은 삶의 필수 요소

중앙일보

29일 만난 ‘기억왕’ 에란 카츠. 기억력의 중요한 요소로 ’열정“을 들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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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마술 같은 기억법은 없습니다.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 것도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두뇌로 할 수 없다고 생각된 것들이 가능하단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였죠.”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기억력 훈련 전문가 에란 카츠(53)의 말이다. 그는 무작위 500자리 숫자를 한번 듣고 순서대로 기억, 기네스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98년 메가마인드 메모리 트레이닝을 설립해 기억 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28~29일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 한국외대 교수)이 서울에서 주최한 제9회 문화소통포럼(CCF)에서 세계 주요 10개국 유력 문화인과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교류한 그를 행사 둘째날 만났다.

“안녕하세요. 천천히 말해주세요.” 그의 한국말 인사가 능숙하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란 발음은 영어로 ‘어니언(Onion·양파)’과 비슷해요. ‘어니언에게 인사하기(Hello to Onion)’란 문장을 만들어 외웠죠.” 그가 영어로 설명했다. 새로운 단어를 친숙한 개념과 연결시켜 외는 건 그가 강조해온 기억법의 기본. 가장 중요한 비결론 “열정”을 들었다. “진심으로 열정적인 뭔가에 대해선 기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누구나 깜빡할 수 있지만, 재미와 동기부여만 있다면 무엇이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땐 “몇 초라도 더 상대의 얼굴을 지켜보며 이름·외모에 연결시킬 만한 특징을 속으로 새겨두라. 일종의 게임처럼 언제 어떤 모습으로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비주얼 이미지를 자주 떠올리며 훈련하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며 기억력이 감퇴하는 디지털 치매에 대해선 “장을 볼 목록이나 행선지의 경로를 일부러라도 기기 없이 혼자서 기억하려 노력해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코카콜라·삼성 등 세계적 기업을 대상으로 1800여 회 두뇌개발 강연을 하며 그가 가장 자주 언급한 것도 이런 기본기다. 누구나 당연시하지만 꾸준히 실천하진 않는 기본기를 다지는 게 기억력 향상의 왕도란 얘기였다.

동시에 망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좋은 기억력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면 망각은 ‘잘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죠. 과거의 실패·실망감·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요. 이스라엘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에 대한 복수에만 매달렸다면 지금 같은 미래는 없었을 겁니다. 물론 역사에 담긴 교훈은 잊어선 안 되겠죠.”

한국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 2013년 저서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에선 세종대왕·팔만대장경·금속활자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최근 해외에선 삼성이나 ‘강남스타일’로 더 주목받고 있지만, 제겐 한국의 지혜가 담긴 역사와 전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며 “널리 알리고 싶어 책에 싣게 됐다”고 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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