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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소득주도성장론 증명 실패한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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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소득증대로 총수요 증가’ 발표

논문 분석 전문가 “결국은 입증 못했다”

마르크스 관련 박사 논문은 비공개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017년 ‘소득주도성장론과 소득재분배’라는 주제로 발표자료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사과정 당시 썼던 마르크스 관련 논문은 열람하지 못하도록 막아놨다. 야권은 이런 행보로 말미암아 통계 전문가가 아닌 강 청장을 임명한 것은 소득주도성장론을 옹호하기 위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29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소득주도성장론과 소득재분배’ 제목의 발표자료 저자는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다. 강 청장은 2004년부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강 청장은 해당 발표자료에서 소득주도성장론과 소득재분배의 관계에 대해 증명하고자 시도했다.

해당 자료의 문제제기 부분을 보면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은 가계소득의 증가”라며 “소비증가 효과, 총수요증대, 경제성장”라고 적혀 있다. 이어 “AD=C(Y)+I(r)+G+X-M(Y)”라며 “소득주도성장론은 Y에 대한 정책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지출의 긍정적인 역할(소득주도성장에 대한)을 어떻게 상정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Y가 소득이고 AD가 총수요다. 전문가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증명하려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자료를 본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의도를 가지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하나의 주장에 대해 검증을 하려는 맥락이었던 것 같다. Y(소득) 증대가 AD(총수요) 증대를 불러온다는 것”이라며 논문의 개요를 해석했다.

그러나 해당 발표자료에서도 소득주도성장론은 결국 증명되지 못했다. 홍 교수는 “마지막 부분을 해석하면 소득을 올렸을 때, 총수요는 올라갈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믹스트 임팩트(Mixed impactㆍ복합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방법론에서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의 요약과 시사점 부분엔 “재분배정책이 소득주도성장에 가지는 의미는 계층별로 그 효과가 상이할 수 있다”고 써있다. 즉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골조인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론 상으로도 확신할 수 없는 ‘진짜 실험’이 된 셈이다.

강 청장의 대학원 박사 논문을 두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강 청장은 1998년 ‘존 로머의 분석적 맑스주의 경제이론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썼다. 야당에선 논문을 근거로 강 청장을 통계전문가로 분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강 청장은 청와대가 요구하는 대로 자료로 수비해주는 분이었지 통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따졌다.

그러나 해당 논문은 현재 RISS(학술연구정보서비스) 상 확인하지 못하는 상태다. 해당 페이지에는 “해당 논문은 저작자의 요청에 따라 원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RISS에 따르면 해당 논문을 소장한 기관은 강릉원주대학교 중앙도서관ㆍ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ㆍ제주대학교 중앙도서관ㆍ한국학중앙연구원 도서관뿐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과 시장이 실패를 선언하고 증명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옳다고 강조하며 국민과 싸우고 시장을 이기려 한다”며 “독립성과 정확성이 필요한 통계기관 자리마저 그래서 갈아치웠느냐”라고 지적했다.

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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