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이슈분석]靑 지지율 추락에도… 소득주도성장 손 못 떼는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득주도성장 뿌리는 대선패배 후 경제 공부 모임..홍장표 수석 등장 이론 마련
포기는 없다 가속페달..통계청장 교체 등 다급해져 기조 폐기 않고 정책 유연대응
125일 카운트다운..지표개선 시점 연말로 제시 당분간 브레이크 없이 시행
비판 목소리 더 커져..J노믹스 참여한 김광두 교수, 속도 빨랐고 확일화돼 부작용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한 지 사흘 만에 국면 돌파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이다.

청와대도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김동연·장하성 두 인사의 갈등설 이후 지금은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봉합의 상징으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9일 두번째 정례회동을 한다. 지난 7월 초 첫 회동 이후 54일 만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선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내심 다급한 분위기다. 민감한 시기에 통계청장 교체를 감행한 건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쫓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연말'이 고비다. 장 실장이 고용지표 개선 시점을 '연말'이라고 못을 박음에 따라 사실상 소득주도성장론의 시한이 정해진 것이다. 날짜로는 125일이 남았다.

■靑 손절매 못하는 이유는

고용·소득분배 지표 악화에도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 기조 수정·폐기를 묻는 질문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전에 춘추관을 찾아 "소득주도성장을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오후에 다시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폐기·수정하는 것은 아니며, 정책 대응을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경제정책 기조로서 소득주도성장이란 뼈대는 가져가되, 핵심 정책수단이자 각론인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은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은 정책 기조이기도 하지만, 여기엔 문재인정부의 경제철학과 가치가 스며들어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수정·폐기는 다시 말해 양극화 해소·분배라는 문재인정부 철학 포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 공정경제와 세 바퀴 성장론을 구성한다고 하나 소득주도가 가장 큰 앞바퀴라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시작은 이렇다. 2012년 대선 직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한 후 문 대통령은 소위 경제교사로 불리는 학자들과 공부 모임을 하며 박정희 시대 발전국가 경제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새 경제 패러다임으로 분배에 초점을 둔 소득주도성장론을 모색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과거 2006년 참여정부 당시 변양균 정책실장이 복지국가의 비전을 담아 만든 '비전2030'이 좌초하게 된 것을 무척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함께한 학자들이 홍장표 전 경제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성경륭 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조윤제 주미대사 등이다. 여권 한 인사는 "경제철학을 뒷받침할 학자들을 찾아봤지만 주류 경제학계에선 없었고 그 과정에서 당시 부경대 교수였던 홍장표 수석을 영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꾸어보면 홍장표 수석 등장 이전 후보시절 문 대통령과 소수의 핵심 경제교사들이 이미 소득주도성장의 기본 얼개는 만들어놨다는 얘기다. 홍 전 수석은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사람이었던 것.

■125일간의 정책실험…당분간 제어할 방법 없어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는 있으나 사실 앞으로 125일간, 넓게 보면 내년까지 현실적으로 소득주도성장에 브레이크를 걸 수단은 없다. 23조5000억원이란 사상 최대 일자리예산을 포함한 총 471조원의 내년도 예산이 이미 편성돼 있으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도 이미 확정됐다. 일자리안정자금 등 소득주도성장의 각종 재정지원책도 마련돼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정책이 완전히 세팅됐다. 청와대는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하고 있으나 사실은 들여다보면 그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의 정책열차가 이미 출발선을 떠났기 때문이다. 논쟁 자체가 허공에 대고 손짓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건 강한 여당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호(號)가 소득주도성장이란 덫에 걸린 문재인정부 경제철학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선 당시 J노믹스 입안에 참여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최근 "속도가 너무 빨랐다. 업종별·지역별 차별화 없이 획일화된 것도 잘못이었다"며 "정책은 인프라와 속도에 따라서 보약도, 독약도 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두 가지를 고민한 세련된 정책은 아니었기 때문에 의도는 좋았으나 부작용이 많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철학과 정책수단, 분배와 성장이 혼재된 소득주도성장론이 남은 125일간의 실험 끝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