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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다시보는 K뷰티②]韓, 세상에 없던 제품 만든다…너도나도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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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내놓은 쿠션 파운데이션 '대표 사례'…세계 유수 브랜드도 모두 출시

日 닛케이 "쿠션, 여성의 필수품 됐다" 보도

[편집자주] K뷰티로 대표되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좋은 화장품=수입품'이란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실제로 해외 명품 브랜드 화장품 상당수가 국내에서 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매년 30% 가까이 화장품업체가 늘어나는 등 창업 열기가 가장 활발한 분야다. 최근 '스타일난다'가 6000억원대에 로레알 그룹(L'Oréal Group)에 인수되면서 제2의 스타일난다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서 글로벌 생활뷰티기업인 유니레버는 토종화장품 브랜드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를 3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전통의 강자와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K뷰티 산업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나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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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 지난해 처음 출시한 쿠션 파운데이션 신제품 '레 베쥬 젤 쿠션'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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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김민석 기자 = #지난해 6월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샤넬이 쿠션 파운데이션을 내놨다. 색조화장품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사넬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기는 결정이었다. 쿠션 파운데이션은 2008년 아모레퍼시픽이 세계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군으로 한국에서 처음 탄생했다. 샤넬의 쿠션 파운데이션은 출시 전부터 예약 주문이 쇄도하더니 출시 후 한동안 전국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후 샤넬은 전 세계에서 이 제품을 동시 출시했다.

'색조 화장품은 한국 브랜드가 서양 브랜드를 따라갈 수 없다'는 공식을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파운데이션이 깨뜨렸다. 샤넬, 조르지오 아르마니, 시세이도, 크리스찬 디올, 에스티로더, 로레알… 색조 화장품 명가로 꼽히는 글로벌 유명 화장품 기업들은 이제는 모두 쿠션 파운데이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여성의 화장을 간편하게…글로벌 명품 브랜드도 쿠션 합류

28일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최근 1년(2017년 3분기~2018년 2분기)간 국내 쿠션 파운데이션 시장규모는 3억915만원에 이른다. 1년 사이에 국내에서는 판매된 쿠션 파운데이션은 1252만개에 이른다. 2008년 처음 탄생한 쿠션 파운데이션이 국내에서만 3억원 규모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쿠션 파운데이션은 '쿠션'이라고 불리는 우레탄 폼에 액체 타입의 파운데이션을 흡수시켜 도장을 찍듯이 퍼프로 찍어바를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세상에 처음 내놓은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은 자사 브랜드 아이오페의 '에어쿠션'이었다.

쿠션 파운데이션이 탄생하기 이전에는 화장하기 전 매번 손을 깨끗이 닦거나 파운데이션 전용 브러시를 챙겨 다녀야 했다. 하지만 쿠션 파운데이션은 이런 번거로움이 없고 휴대성이 뛰어나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화장을 수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시장조사업체 TNS코리아가 2015년 우리나라 여성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쿠션 파운데이션 사용으로 화장 수정이 간편해졌다고 답했다. 75%는 쿠션 파운데이션 사용으로 화장 시간이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쿠션 파운데이션을 사용함으로써 화장 시간이 평균 13분에서 7분으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편리하다는 장점에 힘입어 쿠션 파운데이션은 빠르게 대중화됐다. 당시 응답자의 75%가 쿠션 파운데이션을 사용한 경험이 있었고 55%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으로 쿠션 파운데이션만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처음 쿠션 파운데이션을 출시한 이후 2016년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억개를 돌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파운데이션이 큰 인기를 끌자 국내 브랜드뿐만 아니라 해외의 유명 화장품 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글로벌 명품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먼저 로레알의 랑콤이 2015년 쿠션 파운데이션을 출시했다. 제조는 한국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인 코스맥스가 담당했다.

이듬해에는 LVMH의 크리스찬 디올, 일본 최대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의 주력 브랜드 시세이도, 로레알의 명품 화장품 브랜드 입생로랑·슈에무라, 에스티로더의 에스티로더·맥·바비브라운 등 세계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쿠션 파운데이션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샤넬과 로레알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뷰티 등도 쿠션 파운데이션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의 대표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닛케이트렌디는 2016년 상반기 일본 히트 상품 중 하나로 쿠션 파운데이션을 선정하고 "쿠션 파운데이션은 여성의 필수품이 됐다"고 보도했다. 닛케이트렌디는 "얇게 펴바를 수 있는 리퀴드 파운데이션과 파우더 타입의 장점을 잘 융합시켰고 일본에서 유행 중인 물광 피부 메이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쿠션 파운데이션을 출시해 보니 잘 팔렸다"며 "랑콤을 필두로 2016년부터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이 순차적으로 쿠션 파운데이션을 출시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색상과 제형도 다양해졌고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쿠션 파운데이션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퀴드 파운데이션, 스틱 파운데이션에 이어 쿠션 파운데이션의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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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페 에어쿠션에 사용된 에어셀 퍼프(왼쪽)와 에어셀 퍼프의 구조(오른쪽) © News1(제공: 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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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도장'에서 시작된 아모레 쿠션…4세대 쿠션까지 끊임없는 연구


쿠션 파운데이션은 의외의 곳에서 탄생했다.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의 눈에 '주차 도장'이 들어오면서다. 액체가 흐르지 않고 균일하게 주차 티켓에 찍히는 도장은 연구원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줬다. 아모레퍼시픽은 많은 연구와 노력을 거쳐 2008년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탬프(Stamp) 타입의 쿠션 파운데이션을 세상에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한국 여성은 항상 뷰티에 관심이 많았지만 당시는 특히 편리함이 강조되기 시작하던 시점"이라며 "파운데이션을 바르기 위해서는 손에 묻혀야 하는 등 기존의 불편함을 해결하기를 바라는 수요가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쿠션 파운데이션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1세대 쿠션 파운데이션을 선보인 이후에도 지속해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현재 4세대 쿠션 파운데이션을 판매하고 있다. 4세대 쿠션 파운데이션은 제형의 입자를 기존 대비 30% 이상 축소 시키는 '초미립 분산' 기술과 제품 첫 사용부터 마지막까지 균일하고 적절한 양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스펀지를 3차원 벌집 모양으로 만든 3D 담지체' 기술이 적용됐다.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의 에어쿠션, 라네즈 BB쿠션에는 현재 3D 담지체 기술이, 헤라와 설화수 쿠션 제품에는 초미립 분산 기술이 각각 적용됐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백인, 히스패닉계, 흑인에게 적합한 컬러 등을 갖추며 전 세계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쿠션의 핵심 기술을 지속해서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유형의 쿠션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한국을 넘어 세계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바꾸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욱 편리하면서도 완벽한 쿠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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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우석대학교 간호학과 졸업생들이 졸업사진을 찍기전 거울을 보며 쿠션 파운데이션으로 수정 화장을 하고 있다.2014.6.9/뉴스1(출처: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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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의 특허권 소송…지난 6월 아모레 패소로 종료

쿠션 파운데이션이 크게 인기를 끌었던 만큼 시장에는 미투 상품(모방 상품)이 난무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이 특허를 내세워 강경하게 대응했다. 쿠션 파운데이션 특허권 분쟁은 5년 동안 지속하다 지난 6월에서야 종료했다.

LG생활건강과의 분쟁은 양사가 치열한 특허 전쟁을 벌이던 끝에 2015년 11월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특허와 LG생활건강의 치아미백 패치 특허를 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들은 화장품업계 두 거물 간 '담합'이라며 반발했다.

양사의 공방을 지켜보던 코스맥스, 투쿨포스쿨,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에프앤코, 에이블씨엔씨 등 공동원고 6개사는 2016년 10월 아모레퍼시픽을 대상으로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대법원에서 아모레퍼시픽이 패소(심리불속행)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파운데이션 관련 특허로 화장품 ODM 업체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LVMH의 크리스찬디올 등에서 로열티를 받아왔다. 반면 코스맥스는 로레알 계열 브랜드를 비롯해 미샤, 어퓨,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투쿨포스쿨, 바닐라코 등의 쿠션 파운데이션을 제조해 왔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간편한 쿠션 파운데이션에 대한 인기 자체도 높았지만 전문 제조업체가 화장품을 제조해 브랜드 사에 공급하는 업계 특성상 각 브랜드에서 특별한 기술 개발 없이 쿠션 파운데이션을 출시할 수 있었다"며 "이 덕분에 쿠션 파운데이션 시장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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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스킨큐어의 한스킨 BB크림. 지난해 새롭게 리뉴얼해 한스킨 프리미엄 수퍼 매직 비비 크림을 출시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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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션 파운데이션 이전에는 한스킨 BB크림이 한국의 색조 화장품 알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사용해 본 BB크림도 한국에서 색조 화장품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2년 9812억원(8억7220만달러) 규모였던 BB크림(CC크림 포함)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5533억원(22억6960만달러)로 성장했다.

BB크림은 블레미쉬 밤(Blemish Balm, 상처 치유 크림)의 줄임말이다. 1950년대 독일의 피부과 전문의 크리스틴 슈라멕이 박피와 같은 피부 시술 후에 바르도록 개발한 것이 시초다.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BB크림은 치료로 인해 빨갛게 된 피부톤을 보정하면서 피부를 진정시키기 위한 연고로 사용됐다.

피부과 전용 기초 화장품에 가까웠던 BB크림을 베이스 메이크업을 위한 색조 화장품으로 만들어 상용화한 것은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한스킨이다. 현재 셀트리온스킨큐어에 인수된 한스킨은 블레미쉬 밤에서 모티브를 얻어 스킨케어 기능이 있으면서도 피부를 커버해주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인 BB크림을 2007년 처음 출시했다.

당시 '쌩얼 화장'이 유행을 하며 자연스럽게 피부톤을 정돈해주는 BB크림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자 국내 브랜드뿐만 아니라 에스티로더, 클리니크, 메이블린 등 해외 브랜드에서도 BB크림을 내놨다. 닥터자르트, 스킨79 등 BB크림 전문 화장품 브랜드들도 생겨났다. BB크림 출시 전 50억원 미만이었던 한스킨의 매출액은 BB크림 출시 후인 2008년 1년 만에 약 1500억원대로 4000% 가까이 성장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보고서를 통해 "터키에서는 한국의 BB크림, CC크림, 쿠션 파운데이션 등 혁신적인 화장품이 알려지면서 한국을 '새 프랑스'로 명명할 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에서도 랑콤, 로레알 등 해외기업뿐만 아니라 슈에무라 등 일본 기업도 쿠션 파운데이션을 내놓고 있지만 원조국으로서의 강점을 가진 한국 브랜드 제품이 더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KOTRA는 다른 보고서를 통해 "쿠션 파운데이션이나 마스크팩처럼 대표적인 K-뷰티 상품을 벤치마킹한 제품들이 미국 및 유럽 유명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다"며 "관련 제품 제조 및 기술협력은 우리 기업들에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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