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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부작용·재발 막는 암 치료제 개발, 첫 상업화 임상서 가능성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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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젠셀 ‘면역항암제’

중앙일보

김태규 대표가 연구실에서 T세포 치료제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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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완치하는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해 지난 20여 년 동안 한 우물만 팠습니다.”

지난 22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바이젠셀 김태규(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T세포 치료제 연구를 처음 시작한 학자이자 T세포 치료제 임상연구 경험이 가장 많은 의사다. T세포 치료제는 일반 항암제와 달리 환자 몸속에 있는 혈액을 분리해 만들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 거기다 자연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재발률도 크게 낮출 수 있다. 김 대표에게 T세포 치료제 개발 현황과 계획 등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암 치료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암을 죽이기 위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화학항암제(세포독성항암제), 특정 유전자 변이에만 작용하는 표적항암제, 마지막은 몸의 면역 작용을 이용한 면역항암제다.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를 잘 죽이지만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기 때문에 탈모·구토 등 부작용이 심했다. 환자의 면역력까지 떨어뜨려 각종 합병증도 일으킨다. 표적항암제는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목표 종양만 없애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종양 세포에만 작용해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내성이 생기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최근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면역항암제다. 인체가 가진 면역 세포를 증식해 주입하기 때문에 부작용과 내성 문제 없이 암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김 대표가 이끄는 바이젠셀은 국내 면역항암제 분야 최초, 최대 임상 데이터를 가진 선도 기업이다.

바이젠셀은 T세포 배양 부분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T세포는 NK세포·대식세포보다 몸속에서 더 오랫동안 작용하는 면역 세포다. 환자 혈액에서 백혈구 성분을 채취한 다음 시험관 배양을 통해 특정 항원(종양이나 바이러스 등)에 특이성을 가진 T세포(CTLs)를 1000배 증식한다.

여기에 정보 전달 도구로 사용되는 세포는 ‘수지상세포’다. 수지상세포는 병원균·바이러스 등과 싸우면서 해당 항원에 대한 정보를 T세포에 전달한다. 이를 통해 특정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가 증식되는 것이다. 다른 면역 세포 치료제 회사에서 대부분 일반 항체를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 항체는 세포 표면에 있는 항원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세포 안에서 항원을 발현하는 대부분의 암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수지상세포를 이용해 증식한 T세포는 세포 내부의 항원까지 인식해 공격할 수 있다. 수지상세포에 여러 개의 항원을 반응시키면 두 개 이상의 표적을 갖는 T세포 배양도 가능하다.

치료 후 남은 미세 잔존암 계속 공격


이런 특정 항원을 기억한 T세포를 주사제로 만들어 환자 몸에 투입하면 종양이 줄어든다. 김 대표는 “특히 바이젠셀의 T세포 치료제는 T세포의 살해 세포와 기억 세포의 특성을 모두 가져 종양을 초기에 줄어들게 하고 치료 후 남은 미세 잔존암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암의 재발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와 큰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젠셀은 여러 질환 중 NK·T세포 림프종(엡스타인 바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혈액암의 일종)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T세포 치료제에 대한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자 임상에서 NK·T세포 림프종 환자 11명에게 T세포 치료제를 투여하고 5년을 관찰한 결과, 무재발 생존율이 90%에 달했다. 최초 치료 이후 5년 이내 재발이 없으면 통상적으로 암이 완치됐다고 본다.

NK·T세포 림프종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표준치료법이 없으며 2년 이내 재발률이 75%에 이르는 독한 암이다. 재발됐을 때는 치료법이 없어 상당수가 사망한다. 그래서 기존 화학합성 암 치료제로 치료했을 때의 2년 생존율이 26% 정도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바이젠셀은 이 결과를 토대로 해당 치료제에 대한 상업화 임상을 추진했고, 2017년 NK·T 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연구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이르면 2021년 임상2상 완료 후 품목 허가 및 제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단일 항원이 아닌 다수 항원에 특이적인 T세포 치료제를 준비하고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뇌종양·폐암 등이 대상이다. 김 대표는 “바이젠셀의 T세포 치료제는 암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제로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 환자의 사망을 가르는 것은 재발 여부인데 현재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제가 없다. 김 대표는 “바이젠셀의 T세포 치료제는 종양 치료의 새로운 부분을 개척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임상연구를 성공적으로 끝내 다양한 암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젠셀=가톨릭대 기술지주 제1호 회사. 2016년 보령제약이 지분 투자를 통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 항원 특이 CTLs 생산 기술을 포함해 다수의 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있다. 2017년에는 보령제약 자회사로 편입됐다. 보령제약은 바이젠셀을 기반으로 항암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면역항암제 분야에 신규 진

입하게 됐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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