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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장하성 "소득주도성장 아니면 과거로 회귀하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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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기자간담회서 '정면돌파' 선언…전날 文 메시지 이어 '소득주도 불변' 강조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팀 '투톱' 중 하나로, 경제정책 기조를 놓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갈등설에 휩싸였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장 실장은 26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의 정책 방향으로 회귀하자는 말이냐"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선택의 문제도 선후의 문제도 아닌, 반드시 같이 가야 할 필연의 관계이고 동전의 양면"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한 데 이어, 재차 소득주도성장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과 보수성향 언론이 경제 지표 악화의 원인을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지목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박이자 정면돌파 선언이기도 하다.

장하성 "소득주도,혁신성장,공정경제, 하반기에 더 과감하게 속도 낸다"

장 실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하반기에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정책 추진에 더욱 체계적이고 과감하게 속도를 낼 것"이라며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포기를 종용하는 보수진영의 공세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그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을 더 잘살게 하는 경제성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라며 오히려 "만약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의 정책방향으로 회귀하자는 말인가"라고 공격적으로 되물었다.

장 실장은 "최근 일자리, 가계소득 관련 통계가 악화되면서 '이 모든 것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라는 비판이 있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최저임금이라고 한다"며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장 실장은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은 과거 압축성장 시대에 효용이 다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며 "투자 중심의 성장정책만으로는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없다. 양극화의 고통을 가져 온 과거의 방식을 되풀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 투자 중심의 성장 정책을 10여 년 실시했지만 성장 잠재력을 높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정부와 같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 부동산,토목,건설 경기를 부추기는 정책에는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장 실장의 발언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인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장에 보낸 영상 축사 메시지에서 "혁신성장과 함께 포용적 성장을 위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가 더욱 다양한 정책 수단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 정부는 고용 문제와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었다. (☞관련 기사 : 文 대통령 "고용의 양과 질 개선…중하층 소득 높여줘야")

'김동연 갈등설'에 張 "소득주도,혁신성장은 동전의 양면"

장 실장은 김동연 부총리가 상징하는, 상대적으로 전통적 투자-성장 담론에 가까운 '혁신성장론'과, 자신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반드시 같이 추진되어야 다 같이 성공할 수 있는 '패키지 정책'"이라며 그 둘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혁신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기반이 확충되고, 가계소득이 늘어야 새로운 상품에 대한 소비가 늘고 이것이 신산업 분야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

장 실장은 "최근 일각에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선택의 문제로 보고,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고 '규제혁신을 통한 혁신성장'에 집중하라고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선택의 문제도 선후의 문제도 아닌 반드시 같이 가야 할 필연의 관계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자신과 김 부총리의 갈등설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은 부부 간에도 피할 수 없다"며 "그러나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의견이 다르더라도 토론을 통해 하나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정책으로 잇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오히려 완전히 서로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면 위험한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그는 김 부총리가 국회에서 '장 실장은 스태프이고 나는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 두 사람 간 갈등설의 소재로 보도된 것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매우 부정적 의미로 해석했던데, 김 부총리 말이 정확하다. 나는 스태프이고, 비서실에서 정책을 맡고 있다. 부총리는 그 정책을 집행하는 경제부처의 수장이니, 긴밀히 논의하고, 의견이 다를 때는 감추지 않고 서로 분명히 밝히고, 그에 대해 토론하고 정책 선택을 이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文정부 할 일은 '경제정책 전환' 아닌 '경제구조 변경'…최저임금 인상은 극히 일부분"

장 실장은 한편 최근의 고용,소득 지표 악화와 관련해 "경제정책은 기획∙입안에도 시간이 걸리고 실행에도 시간이 걸린다. 효과를 본격적으로 발휘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지표 악화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직접적 결과는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예산과 정책이 실행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이제 시작 단계"라며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도 이제 반 년을 지났고, 아동수당과 인상된 기초연금은 9월에 지급이 시작된다.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민생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각종 규제혁신 법안도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일관되게 큰 틀에서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작년 5월 출범 이후 '경제 구조를 바꾸는 일'을 시작했다"며 "단순히 정책의 전환이 아니라 경제 운용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경제정책 방향은, 가계 소득을 높여 총수요 기반을 넓히고(소득주도), 대기업∙수출기업 위주에서 중소∙혁신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하며(혁신), 불공정한 경제구조∙거래관행을 해소해야 함(공정)을 국민들께 호소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소득주도성장 꾸러미에 속한 정책만 해도 "3개의 정책 축으로 구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첫째, 가계 소득을 높이고, 둘째, 가계 생계비를 줄여 가처분소득을 높이며, 셋째,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해 실질 소득 증대 효과를 높이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그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다른 정책들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되는 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인데, 지금 자영업자가 줄고 있다고 하는데 주는 것은 고용이 없는 영세자영업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장 실장은 한국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에서 1위(한국 31.1%, OECD 평균 21.2%)이지만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끝에서 3번째로 낮고(한국 63.9%, OECD 평균 78%), 가계지출 중 정부의 교육, 의료 등 보조를 포함한 실제 개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OECD 국가 중 끝에서 세 번째(한국 56.3%, OECD 평균 69.1%)다. 가계소비만이 아니라 정부 지출도 매우 낮아, 정부지출 비중이 OECD에서 끝에서 세 번째로 낮고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최하위(한국 10.4%, OECD 평균 21%)"라며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OECD 국가 중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항시 가장 높았는데도 성장률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투자만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생각에서 경제성장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인 국내수요, 즉 소비의 중요성을 간과해왔기 때문"이라고 소득주도성장론의 당위성을 이론적으로 설파하기도 했다.

기자 : 곽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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