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갈수록 벌어지는 소득 격차…‘시험대’ 오른 소득주도성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통계청 2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

하위 20% 가구 소득 월 132.5만원…2개분기째 큰 폭 하락

제조업 구조조정에 저소득층부터 '붕괴'…정책 실패 비판도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조진영 기자] 저·고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추진해 온 소득주도 성장도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의 기본 작동 원리는 서민(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빈부격차를 줄이려는 것뿐 아니라 저소득층일수록 가처분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이 큰 만큼 이를 전체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지 못하면 이 정책의 기본 전제가 무너지게 된다.

◇무너진 저소득 고령가구…‘부익부 빈익빈’ 심화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보면 소득 하위 20%를 뜻하는 1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세금 납부 전)은 13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7.6% 줄었다. 1분위 가계 소득은 2015년 이후 줄곧 흔들려 왔으나 최근 들어 낙폭이 더 가파른 모양새다. 2004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올 1분기(128만7000원·전년비 8.0% 감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낙폭이다.

전체 가계 소득은 늘어나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은 453만1000원으로 4.2% 늘었다. 그러나 이는 고소득층의 수입 증가에 따른 것이다. 상위 20%인 5분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913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3% 늘었다. 전체적으로도 소득이 많은 가계일수록 소득 증가율이 높고 소득이 적을수록 더 떨어지는 모습이다. 2분기 2분위(20~40%) 소득은 280만원으로 2.1% 줄었고 3분위(40~60%)는 394만2000원으로 0.1% 줄었다. 반대로 4분위(60~80%)는 544만4000원으로 4.9% 늘었다. 상·하위 20%의 평균 월 처분가능소득 격차를 뜻하는 5분위배율 역시 5.23배로 2분기 기준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조업 구조조정 ‘도미노 붕괴’…정책 실패 비판도

정부는 소득 격차 확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2016년 이후 이어져 오다가 지난해 말 본격화한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도미노 현상을 꼽았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내수 부진이 고령층 중심의 영세 자영업자나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임시·일용직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는 설명이다. 사드 갈등에 따라 지난해 급격히 줄어든 중국 관광객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고령화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올 2분기 가구주 중 70대 이상 비중은 12.4%로 1년 전 11.1%에서 1.3%p 늘었다. 1분위 가구의 70대 이상 비중도 같은 기간 35.5%에서 41.2%로 늘었다. 일자리의 양보단 질을 중시하는 현 정부 정책 기조도 한몫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건설 붐으로 이어져 저소득층 임시·일용직 고용 활성화로 이어진다. 정부는 그러나 집값 상승 억제 등 명목으로 SOC 투자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2일 “고용이 많이 느는 SOC 사업이나 부동산 경기부양 유혹을 느끼지만 참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현 정부의 정책 수단이 오히려 소득 격차를 벌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다면 올 들어 유독 소득 격차 폭이 커질 리 없다는 것이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전문개발대학원 교수(전 통계청장)는 “소득불평등을 줄이려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수단이 너무 좁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 폭을 급격하게 가져가면 취업한 사람의 소득은 늘어날 수 있지만 취업을 못한 실업자나 영세 자영업자는 울타리 밖의 존재가 돼 버린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재정부양은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고용을 늘리지 않는 한 소득 취약계층의 상황은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수단에 대해 상당히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노동시장 악화 모습을 보면 놀라운 결과는 아니지만 1~2분위는 물론 3분위에서 소득 감소가 보인다는 건 심각한 상황”이라며 “임시·일용직이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자가 폐업으로 몰리며 생존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기 악화 속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정책의 전면 궤도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원을 통한 저소득층 지원과 일자리 확대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 9월부터 기초연금을 21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린다. 10만원의 아동수당도 신설한다. 내년부터는 저소득층 실업급여 성격의 근로장려금(EITC)도 대폭 확대 운영한다. 기재부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은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라며 “혁신성장 가속화로 민간 일자리 창출 여력을 키우고 앞서 발표한 저소득층 지원대책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