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영세 자영업자 "1달에 10만원대 정부지원금, 실질적 도움 못된다"(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발표
연매출 5억 상인 1년 혜택 650만원?
연매출 7000만원 소상공인 '혜택 연 140만원 불과"
아시아경제

정부가 22일 발표한 자영업자 1인당 지원 효과(추정치)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5년 가까이 음료ㆍ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해온 김진주(34ㆍ가명)씨는 최근 점포 정리를 고민 중이다. 연 7000만원 매출, 순수익 3000만원 정도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치솟는 물가를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데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더이상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달 22일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발표했지만 김씨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연 65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예시를 보고 계산기를 두드려봤지만 기껏해야 연 7000만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택도 없는 금액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1년에 많아야 140만원 정도 비용을 절감하는 수준으로 한 달에 기껏해야 10만원 수준의 금액적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세 소상공인들은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매출이 적은 소상공인일수록 지원 혜택은 줄어든다'며 정부가 예시로 든 연간 651만원의 혜택은 '그림의 떡'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으로 ▲근로장려금 확대 ▲일자리안정자금 확대 ▲제로페이 도입 등을 통한 카드 수수료 감면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확대 ▲구직수당 지급 ▲환산보증금 기준 상향 ▲지역 신보 보증공급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놨다. 이중 구직수당 등을 제외한, 영업 중인 자영업자가 실질적으로 금액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등 총 8여종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매출 약 7200만원, 종합소득 약 3000만원의 자영업자 김씨의 경우 8종 지원혜택 중 제로페이,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등 단 2개의 혜택만 받을 수 있게 된다. 제로페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을 추진 중인 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카드가 아닌 스마트폰 결제앱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통해 결제하면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0%다. 김씨의 신용카드 매출에 따른 연간 수수료는 약 140만원. 정부가 추정한 대로 제로페이 사용 소비자들이 전체 카드매출의 10%를 차지할 경우 김씨는 연간 14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정부가 사례로 든 제로페이 혜택인 82만원보다 70만원 정도 낮은 금액이다. 카드로 올린 평균 연매출은 4900만원인 만큼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액은 약 127만원이다.

한편 정부가 자신 있게 내놓은 근로장려금, 일자리안정자금 등은 김씨에게 해당되지 않는 항목이다. 근로장려금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자영업자에게 정부가 세금환급 형태로 최대 150만원(1인가구 기준)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5인 미만 소상공인은 근로자 1인을 고용할 경우 15만원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지만 김씨 같은 1인 자영업자에게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또 면세 농산품 구매 시 세액을 공제해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전통차와 커피 위주, 베이커리 위주로 영업해온 김씨는 혜택을 보지 못한다. 대출과 긴급융자 역시 마찬가지다. 종합소득 6000만원 이하이지만 본인 명의 주택에 부모님이 거주 중이어서 10%의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한편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사업자는 90만8076명에 달한다. 그중 95% 이상은 음식점과 주점, 카페, 치킨집, 소매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올해는 폐업하는 사업자가 100만명을 넘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