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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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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식사일기’ 일주일만 쓰세요, 들쭉날쭉 체중·혈당 잡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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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높은 이유

과식·폭식 유발하는 원인 발견

내 몸에 맞는 식품 고를 때 유용

올바른 식습관 들이기

체중 조절이 잘 안 되고 별다른 이유 없이 혈당이 들쭉날쭉하거나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져 고민인 사람들이 있다. 이럴 땐 식사일기를 쓰는 것이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식사일기는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의 종류와 양, 먹은 시간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살림살이를 위해 가계부를 쓰듯이 식사일기를 쓰면 미처 몰랐던 잘못된 식습관을 알아차리고 교정할 수 있다. 번거로울 것 같지만 문제를 찾는 데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만병의 근원인 잘못된 식습관을 푸는 열쇠, 식사일기의 힘을 짚어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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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는 본인의 식사 습관을 파악하고 고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다. 식사일기를 쓰면 자주 먹는 음식의 종류와 끼니별 식사량, 간식의 횟수·종류, 식사 시간이 규칙적인지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섭취량 중 탄수화물 비율이 높지는 않은지, 단백질은 부족하지 않은지, 채소·과일은 충분히 먹는지, 기름에 튀긴 조리법을 즐기는 건 아닌지 등을 파악해 식습관 개선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자신의 식단을 복기하면 문제점을 스스로 깨닫기 때문에 식습관 개선 효과가 좋다”며 “많은 사람이 스스로 골고루 제때 잘 먹는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자기도 모르게 끼니를 거르고 편식하며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게 식사일기를 작성하도록 권한다. 과식·폭식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 비만 치료를 하기 위해 식사일기를 쓰는 게 중요하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예컨대 스트레스를 달콤한 음식으로 풀어 그것이 열량 과잉으로 이어진 경우 대다수 환자는 체중을 줄이는 것에만 집착해 무조건 비만 치료약만 처방받아 체중 감량을 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식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어떤 상황이 과식을 유발하는지 찾아야 한다.

체중 감량이 목적일 땐 식사일기를 쓸 때 무언가를 먹기로 결정했을 때와 먹고 난 뒤의 감정 상태를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별다른 이유 없이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찾고 과식을 하는 경향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어린 환자든 성인 환자든 식사일기를 잘 써오는 환자는 체중감량 효과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예방의학저널에 실린 연구(2014)에 따르면 1700명의 비만 환자에게 6개월간 과일·야채 섭취를 늘리고 저지방 식품을 먹게 했다. 그리고 한 그룹에는 식사일기를 쓰도록 했다. 6개월 뒤 식사일기를 쓴 그룹은 평균 8.2㎏을 감량했다. 이는 식사일기를 쓰지 않은 그룹(4.1㎏)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꾸준히 식습관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식사량을 줄였다는 점에서 이런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유식 먹을 때 아이 식습관 결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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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조절하는 게 질병 관리에 도움이 되는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지방간 같은 질환자도 식사일기를 쓰는 게 좋다. 음식을 조절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고지혈증 치료를 받는 사람이 갑자기 혈당 조절이 안 되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졌다면 식사일기를 들여다보는 게 일종의 처방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식사를 제대로 하는데도 혈당 등이 잘 조절되지 않아 식사일기를 써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기를 들여다보면 당 함량이 높은 농축액이나 드링크제를 몸에 좋다며 하루에 서너 번 마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모가 아이의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식사일기를 쓰는 것도 유용하다. 박 교수는 “특히 이유식을 하는 시기는 아이의 식습관이 결정되는 때”라며 “영양소의 균형을 잘 맞춰 제시간에 적정량을 줬는지 부모가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워 식사일기를 쓰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숙아로 태어났거나 성장이 더딘 아이, 입이 너무 짧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먹는 경우에도 부모가 식사일기를 챙기면 아이의 올바른 영양 섭취를 도울 수 있다.

식사 때 이상 증상, 감정 상태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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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식품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식사 후 복통·설사 같은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상이 발생한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식사일기를 통해 알아차릴 수 있다.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식사일기를 되짚어 보면서 의심해볼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도 식품과 연관성이 높다. 을지대병원 피부과 구대원 교수는 “나이가 어리고 증상이 심할수록 아토피 피부염 유발·악화에 식품이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며 “식품과 아토피 피부염의 관계는 개인마다 차이가 나므로 부모가 아이에게 먹인 음식과 증상 반응에 대해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식사일기에는 몇 시에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적으면 된다. 그 밖에 필요에 따라 이상 증상이나 감정 상태 등을 쓰면 된다. 오 교수는 “식사량을 적을 때 그램(g)까지 적어야 하냐고 묻는 환자가 많은데 밥 한 공기, 반 공기 같은 표현도 별문제는 없다”며 “식사일기 쓰는 것을 귀찮아하면 본인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해 늘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질병이 악화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기에는 식사·간식을 모두 적어야 한다. 드링크류나 과일 주스 같은 음료수도 포함한다. 매일 적으면 그 전날 무엇을 먹었는지를 고려해 다음 날 조금 덜 먹거나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 주 3회 정도 적어가며 꾸준히 식사 습관을 돌이켜 보는 것도 좋다. 전반적인 식습관 문제를 짚어볼 땐 일주일만 적어봐도 문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종이에 적기 힘들면 휴대전화에 ‘식사일기’라고 검색해 앱을 내려받아 활용하면 된다. 작성한 식사일기는 전문가에게 검토 받는 것이 좋다. 오 교수는 “본인이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양·대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며 “동네 보건소에 찾아가 영양 상담 등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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