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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독일도 병역거부 10배↑…"새 대체복무제 악용 소지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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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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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2019년 말까지 병역법을 개정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도록 결정했다. 대법원도 병역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30일 연다.

핵심은 어디서 대체복무를 할 것인가와 어느 정도 기간을 둘 것인가로 모인다. 헌재 결정을 계기로 헌법학을 전공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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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봉 서강대 교수(왼쪽)와 장영수 고려대 교수.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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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체복무 기간과 강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A :
▶임지봉=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보면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의 1.5~2배로 보고 있다. 이보다 긴 기간은 과하다. 복무 강도 설정은 기간 설정보다 어렵다. 대체복무자들끼리도 복무 강도가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복무를 하는 기관장에게 재량을 줘 대체복무자들끼리의 형평성과 등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영수=현역복무의 강도를 어느 정도 객관화시켜 측정할 필요가 있다.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자살ㆍ가혹행위ㆍ흉기사고 등의 문제까지 포함 고려해 현역복무의 강도를 100이라 하자. 그리고 소방서ㆍ경찰ㆍ병원 등에서 할 수 있는 대체복무의 강도를 80이라고 볼 것인지 50이라고 볼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그런 뒤 빡빡한 대체복무를 설계한 뒤 운영하며 유연하게 줄여나가는 게 합리적이다. ‘현역보다 낫다’고 여겨져 많은 이들이 몰리면 제도 자체가 무너진다.



Q : 가장 우려되는 문제와 해법은.



A :
▶장=독일에선 대체복무제를 처음 도입한 1967년엔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자가 6000명 정도였으나 10년 후에는 7만 명으로 늘었다. 이를 방지하려면 대체복무가 더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이 알려져야 한다.

▶임=‘양심의 자유도 보장하면서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도 확보하자’는 게 목표다. 입법이 환부만 도려내는 정확한 외과 수술을 하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양심을 빙자 혹은 가장해 병역을 기피하려는 자들이 악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Q : 대체복무자의 연간 인원수를 제한해야 하나.



A :
▶장=‘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인가’를 판단하는 건 매우 어려울뿐더러 부작용을 낳는다. 개인의 내면적 양심을 국가가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자칫 양심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될 수 있고, 심사가 엄격해지면 특정 종교의 신도가 급증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심사에서 탈락하면 다시금 감옥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임=대체복무자 수를 미리 정해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대체복무제를 입법화하라고 판시한 이번 헌재 결정과 모순된다.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들을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객관적 심사를 거친다면, 이들에게는 병역 대신 대체복무를 이행할 기회를 줘야 한다.



Q : 정부는 대체복무 기관으로 군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곳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야당에선 군 관련 업무로 국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A :
▶임=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거부하는 것은 ‘전쟁’이지 총을 잡는 ‘집총’ 그 자체가 아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병원ㆍ양로원ㆍ요양원 등 공공 복지분야 복무를 허용한다. 1998년 유엔 인권위원회도 ‘양심적 병역거부의 취지에 부합하는 대체복무를 도입하되, 징벌적 성격이 아닌 비전투적 성격이어야 하고 공익적이어야 한다’고 결의했다.

▶장=집총이 아닌 일이라면 군과 관련된 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소신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인정받아야 하지만, 군과 관련된 어떠한 일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로 주장하기 어렵다.

이동현·문현경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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