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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習, 13년만에 평양방문…비핵화협상 판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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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평양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북·중 밀월 움직임이 미·북 비핵화 협상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오는 22일(현지시간)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돌입하는 중국이 '북한 카드'를 활용해 대미 협상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에 따라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이번에 북한을 방문하면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2005년 방북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13년 만의 방북은 북·중 밀착 구도를 한층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든든한 우군을 얻은 북한의 협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예컨대 북한이 중국을 등에 업고 종전선언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고,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북한 카드'를 대미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해온 대로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과 협력해 왔다"며 "우리는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는 목표로 귀결되는 신뢰할 만한 협상에 반드시 진지하게 임할 수 있도록 중국이 그 고유한 지렛대를 사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의 이 같은 태도는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미·북 협상의 판을 흔드는 요인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중국의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다.

미국은 시 주석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또 수차례에 걸쳐 비핵화에 미온적으로 변모한 북한에 대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각료회의에서 "중국 때문에 미·북관계가 약간 타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내가 무역에 관해 조치를 취하는 것에 불만스러워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둘러싼 한반도 주변국들의 셈법은 점점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곧 평양을 방문한다. 22~23일에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 돌입하고, 다음달에는 평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예고된 상태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돌파구가 필요한 중국과 종전선언 일정에 속도가 붙길 원하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시 주석의 방북이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전쟁과 비핵화 이슈 속에서 미국, 중국, 북한이 복잡한 전략 싸움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이 국제선 항공기의 안전을 확인하려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현장 조사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교도통신이 19일 보도했다. ICAO는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행위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조치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년에 북한으로 인력을 파견할 계획이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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