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오! 캐롤' 개막
익숙한 스토리와 노래로 중장년층 공략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강타와 김선영이 중년의 설레는 사랑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쇼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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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모두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관객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장치를 뒀다. 바로 익숙한 스토리(‘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익숙한 음악(‘오! 캐롤’)이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처음으로 중년 관객 돌풍을 일으켰던 ‘맘마미아’와 동일한 전략이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중장년 관객들이 볼만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좋은 사인”이라며 “20∼30대 마니아 관객만 겨냥한 작품으로는 시장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뮤지컬을 보고 싶어하는 중장년층 시장이 분명 잠재하고 있다”고 짚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1992년 발표한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당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무려 37주간 기록했고, 전세계에서 5000만 부 넘게 팔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남녀 주인공을 맡아 95년 개봉한 영화도 세계적인 흥행작이 됐다. 뮤지컬은 2014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뮤지컬은 원작 소설과 영화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시골 마을에서 한적한 삶을 살고 있던 주부 프란체스카와 촬영차 마을을 찾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에 파묻혀 프란체스카는 “엄마로, 또 아내로…세월을 따라서 먼 길을 걸어온 여자”(첫번째 넘버 ‘집을 짓다’ 중)로 살고 있다. 농부인 남편 버드는 건실하고 착하지만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인 아내의 감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또 사춘기인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상태다. 남편과 아이들이 일리노이주 농업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그 나흘 동안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로맨스가 꽃을 피운다. 일기예보만 듣던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모카 포트로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명백한 불륜이지만, 섣불리 비난하기 어려운 무게가 있다. 갈등 끝에 결국 가족 곁에 남기로 한 프란체스카의 결정도 중년의 감성을 먹먹하게 건드린다.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로버트 역을 연기하는 박은태는 “‘우리 어머니가 보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가 보셨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있었을 법한 상황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셔서 같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오! 캐롤'. 서범석ㆍ이혜경이 허비와 에스더를 연기하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 쇼미디어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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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내용에서도 중년의 로맨스는 중요하게 다뤄진다. 20년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여인 에스더의 곁을 지킨 쇼 MC 허비가 평생 숨겨왔던 마음을 수줍게 고백하는 장면은 극의 하이라이트다. 현재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오! 캐롤’ 예매자 중 40대 이상의 비율은 32.4%에 달한다. 뮤지컬 랭킹 1위인 ‘웃는 남자’의 15.6%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화려한 출연진ㆍ제작진이 동원됐다는 점도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기존 뮤지컬 관객들도 놓치지 않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카포네 트릴로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등의 실험적인 작품으로 주목받는 연출가 김태형과 '맘마미아'를 연출했던 한진섭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이 각각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오! 캐롤' 연출을 책임졌다. ‘마타하리’ ‘드라큘라’ 등을 만들었던 오필영 감독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무대와 ‘명성황후’ ‘프랑켄슈타’ 등에 참여했던 서병구 감독의 ‘오! 캐롤’ 안무는 특히 인상적인 볼거리다. 또 1세대 아이돌 HOT 출신 강타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출연하고, 개그계의 대부로 꼽히는 주병진이 ‘오! 캐롤’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해 화제를 더하고 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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