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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구제금융 8년만에 졸업한 그리스…문제는 청년 실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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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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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20일 구제금융이라는 기나긴 터널에서 탈출한다. 부도 위기에 몰린 지 8년 만이다. 2010년 이후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에서 세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 2750억유로(약 353조원)를 받았다.

국제 채권단 지원과 그리스 정부 구조조정 덕분에 2011년 -9.1%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4%를 나타내는 등 그리스 경제가 회복했다. 올해와 내년은 2%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기나긴 구조개혁에 지친 그리스 국민은 불만이 가득 찼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리스 정치권이 표심을 잡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서 개혁이 지연 또는 후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제금융 졸업으로 더 이상 금융지원은 받지 않지만 이제 빚을 갚기 위한 긴축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할 형편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그리스는 구제금융 졸업 조건으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5%, 2060년까지 2.2%의 재정 흑자 유지를 약속했다.

그리스 경기는 구제금융 졸업을 앞두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부문은 재정위기 이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수익이 개선되는 상황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또 올해 그리스 관광산업은 17% 증가했다.

문제는 공공부문이다. 그리스는 지금까지 10차례 이상 연금을 삭감하는 연금개혁과 공무원 축소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연금 수령액은 700유로를 받는 연금 수령자에 대해 14%를, 3500유로를 받는 연금 수령자는 44%를 깎는 강도 높은 정책이 도입됐다.

연금 수령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올렸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연금과 기타 복지 급여는 무려 70% 삭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공공부문 규모도 26%가량 감소됐다. 2009년 90만명에 달하던 공무원이 2016년 67만명 수준이 됐다. 같은 기간 공무원 임금은 38% 줄었다. 또 그리스 정부는 2022년까지 공무원 채용과 지출을 더 엄격히 관리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 집중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아테네 교통공사, 철도공사, 공항공사 노동자들은 노동 조건 악화 등에 저항하며 24시간 파업 또는 태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공 병원도 응급실만 운영하며 국립병원 의사들은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국립학교 교사와 교수도 파업에 동참했다.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해 있던 2012년에는 대부분 시위에서 민간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중심이 된 반면 최근 시위는 공공 분야에 속해 있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지난달 최악으로 번진 그리스 산불 참사의 원인이 공공서비스 지출을 지나치게 줄인 결과라고 공공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고용 개선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도 향후 그리스 경제의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5월 그리스 실업률은 19.5%로 2011년 이후 7년 만에 20% 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15~24세에 해당하는 청년층 실업률이 40%에 이른다.

실업률 회복이 더딘 데다 긴축재정에 대한 국민 불만이 쌓이면서 내년 가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주목된다.

IMF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개혁 피로가 구조개혁 지연과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FT와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개혁이 후퇴하면 투자자 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18 그리스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그리스 경제가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빈곤율과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불평등이 심각하며 행정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78.6%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구제금융이 끝난 이후에도 기업 민영화, 연금 수령 연령 상향 등 개혁 노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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