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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북한이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이라고 규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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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북·미 간 최대 현안인 종전선언에 대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해 정치적 선언이라고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달 내로 예상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등 북·미 고위급 접촉 재개를 앞두고, 종전선언 의미를 낮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응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면서 “반대파들에 휘둘리지 말라”며 트럼프 대통령 결단을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조미관계는 미국 내 정치싸움의 희생물이 될 수 없다’는 제목의 개인 필명의 논평을 통해 “반대파들이 득세하여 대통령이 서명한 싱가포르 공동성명도 외면하고 대통령이 약속한 한갓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마저 채택 못하게 방해하는데 우리가 무슨 믿음과 담보로 조미관계의 전도를 낙관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해 ‘정치적 선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신뢰 조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은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종전선언의 무게감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이 법적 조치를 수반하지 않는 ‘정치적 의지의 표현’임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한 대가로 과도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또 현재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근본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꺾으려는 미국 내 강경파의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미국 내 강경파들이 날조된 비밀 핵시설 의혹 등으로 “실무 협상팀에 몽둥이를 쥐여 주고 회담을 파탄에로 내몰았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달 3차 방북에서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은 “반대파들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그리고 보좌관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기의 결단과 의지대로 행동하였기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4차 방북을 앞둔 폼페이오 장관을 향해선 “주견과 배짱을 가지고 반대파들의 부당하고 어리석은 주장들을 단호히 쳐갈기며 대통령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명실공히 미국 외교의 수장다운 지혜와 협상력을 발휘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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