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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폭염에 가뭄까지, 농가 덮친 ‘강적들’…여의도 10배 농경지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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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경기 포천의 한 과수원의 사과가 폭염과 고온으로 겉면이 타들어가는 ‘일소’ 현상으로 노랗고 허옇게 변해 있다. 포천=장승윤 기자


“까악, 까악, 쉬익, 쉬익, 삐익~삐익~….”

16일 오전 찾아간 경기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의 소야사과 농장. 각종 새소리와 레이저 빔 소리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농장 측은 까치 까마귀 직박구리 등 야생조류가 과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녹음한 소음을 하루 종일 틀고 있었다.

올해 농가에는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 조류’ 외에 폭염과 가뭄이라는 최대 강적이 나타났다.

가뭄에 여의도 10배 면적 농경지 피해

이날 오전 11시 포천의 사과나무 밑 곳곳에 누렇게 변색된 사과들이 떨어져 있었다.

올해 과수 농가들은 4월까지 눈이 내리는 쌀쌀한 날씨로 사과 꽃이 피지 않는 냉해 피해를 입었다. 이어 여름에는 폭염이 한달 넘게 지속된 데다 가뭄 때문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소야사과농장의 함유상 대표는 “과일 재배 29년만에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이라며 “통상 초록 빛깔을 보여야 정상인데 뜨거운 햇볕에 데여 변질돼 껍질이 두꺼워지고 면역력이 약해져 병에 잘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 과수원의 사과나무 위쪽에 일조량이 많은 사과들은 사과 윗부분이 햇볕에 그을려 누렇게 변색돼 있었다. 사람 피부가 타는 것처럼 사과도 ‘일소(日燒)’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병균이 침투해 시커멓게 구멍이 뚫려 있기도 했다. 포천시 농협경제지주 연합사업단 이종옥 지원단장은 “포천시 사과의 10% 가량이 일소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에 이은 가뭄으로 과일은 물론 콩 옥수수 깻잎 배추 등 야채 농사도 흉년이다. 포천 주변에서 보이는 밭의 깻잎과 파 중에는 말라 비틀어진 것이 적지 않았다. 야채들은 생기를 잃은 채 늘어진 모습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6일까지 전국에서 폭염과 가뭄 피해를 입은 농경지는 여의도(2.9㎢·윤중로 제방 안쪽 기준)의 10배인 2909㏊에 이른다. 7일까지 농작물 피해면적이 1256㏊였던 것과 비교하면 열흘도 안돼 2배 이상 늘었다. 사과, 배 등 과일 피해 면적이 1308.3㏊로 가장 컸고 인삼, 깨 등 특작물 피해가 750.2㏊, 무, 배추 등 채소가 438.2㏊에 달한다.

출하량 줄어 추석 물가 우려

가뭄과 폭염 피해가 커지면서 채소와 과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국의 배추 평균 가격은 포기당 6310원으로 1개월 전(3344원)보다 약 89% 올랐다. 16일 기준 수박 평균 가격은 1개월 전보다 70.8% 오른 개당 2만8310원으로 집계됐다. 출하가 시작된 복숭아는 16일 기준 10개당 2만2386원으로 1년 전보다 21.8% 올랐다.

문제는 한달 반 앞으로 다가 온 추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4%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4~5월 이상저온현상이 나타나면서 열매가 일찍 떨어지는 낙과 피해가 있었던 데다 폭염까지 겹친 탓이다.

정부는 16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갖고 가격 안정과 추석 수급안정을 위해 배추와 무 비축물량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가락농수산물시장의 하루 평균 배추 반입량은 500t 정도였지만 현재는 300·350t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부는 하루 100~200t의 봄배추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계약재배 중인 무·배추도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있다.

포천=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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