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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국민연금 개혁]장기계획 없어 수익률 낮다?…속빈대책 비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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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후발주자 일본공적연금 벤치마크 '부적절'

금리 인상기에 해외 채권 투자 확대.."맞지 않다"

기금위 독립하고 전문인력 배치..혁명적 지배구조 개선 필요

이데일리

[이데일리 성선화 박정수 기자] 정부가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선안을 제시한 가운데 정작 중요한 수익률 개선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빠뜨려 공분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기금운용본부 지배구조의 혁명적 개혁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알맹이 빠진 개선안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마치 숙련된 조타수가 절실한 ‘연금호(號)’에 항로만 재설정하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다.

◇운용 수익률 개선…100년 장기 플랜이 대책?

지난 17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국민연금 제도개선방안에 따르면 2018~2020년 기금운용수익률은 연평균 4.9%가 될 전망이다. 5년전인 2013년 3차 재정추계위원회가 제시한 같은 기간 수익률 예상치(7.2%)의 2.3%포인트 낮췄다. 3년 단위뿐 아니라 2088년까지 10년 단위로 분석한 수익률 전망치도 3차보다 0.3~2.3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기존의 수익률 추계방식이 현재의 기금투자 방식과 괴리가 있어 새 수익률 방법을 검토하고 기금운용발전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1~3차 수익률 추계시엔 회사채 수익률의 1배(1차) 또는 1.1배(2, 3차)를 사용했으나 4차부터는 자산군별 투자수익률을 전망한 후 자산배분 비율에 따라 가중 평균했다(버텀업 방식)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하락한 기금운용 투자실적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이 같은 수익률 전망치를 지켜낼지도 미심쩍은 상황이다. 지난 2013~2017년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세에 힘입어 7.3% 수익을 내면서 평균치가 올라간 결과다. 올해는 5월 말 기준 0.49%에 불과하다. 교직원공제회가 상반기 5.2%의 수익률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기금투자수익률은 연 0.1%포인트만 올라가도 기금 소진 시점이 1년씩 늦춰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해외 채권 비중 확대가 수익률 제고 대안?

기금운용 수익률 개선을 위해 이날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5년 단위인 장기자산배분(SAA·Strategic Asset Allocation) 전략을 10년 단위로 확대하고, 해외채권 투자비중을 늘리겠다는 정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5년 단위의 전략적 장기자산배분을 바탕으로 1년 단위의 전술적 단기자산배분(TAA·Tactical Asset Allocaion)으로 운용 중이다. 매년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1년 단위 단기 계획을 짜면서 궁극적으로는 5년 단위의 자산배분 전략에 수렴하도록 한다. 이번 개선안에서는 “현행 5년 단위 SAA로는 진정한 의미의 장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SAA는 통상 10년~50년 동안 바뀌지 않는 장기 자산배분을 의미한다”고 봤다. 결국 글로벌 연기금 대비 현격히 낮은 수익률의 원인은 장기 계획 부재 탓으로 돌린 것이다.

국내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에 대해 “지난 잃어버린 20년 동안 글로벌 기관투자가가 경쟁에서 소외됐던 일본 GPIF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100년 단위로 멀리 보고 계획을 짠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개선안은 또 장기적인 해외 채권 비중 확대를 제안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6.9%에 달해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다. 지난 2012년 기준 국내 채권의 듀레이션(투자자금 평균 회수기간)이 평균 3.24년으로 짧고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처분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전체 자산 중 해외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에 불과해 국내 채권(50%), 해외주식(25%)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개선안은 “과거 해외 채권의 수익률이 국내 채권에 비해 우수했다”며 “해외채권 비중을 높여서 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동조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해외 채권 비중확대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상대적으로 채권 금리도 떨어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채권 비중 확대로 수익률이 개선될지 알 수 없다”며 “글로벌 시장 분위기가 금리 인상으로 흐르고 있어 채권 비중을 늘려 수익을 기대할 시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빠졌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혁명적인 변화를 주지 않고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관의 CIO는 “기금 고갈 방지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던 캐나다 연기금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 주도가 아닌, 완전히 독립된 기금운용위원회를 만들어야 하다”며 “운용, 인사, 예산 등에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등 혁명적인 지배구조만이 수익률 개선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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