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정보수장 권한도 박탈 검토…브레넌 "권한 남용" 반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기밀 취급 권한을 박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대독한 성명에서 "나는 행정부 수장이자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국가 기밀에 대한 접근 통제 등 헌법상 고유한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이런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행정부 내에서 고위 관료들이 브레넌과 상의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그의 변덕스러운 행위와 행동으로 인한 위험보다 더 작다"며 "그 행위와 행동은 전문가적인 예의범절의 한계를 훨씬 넘어섰다"고 말했다.
또 "브레넌은 자신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브레넌 전 국장이 이끌던 시기에 CIA가 미 상원 컴퓨터에 침투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미 언론은 브레넌 전 국장이 지난달 16일 미·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반역적"이라고 공격한 것이 결정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브리핑에서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인사가 '반역적 활동'을 거론한다면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브레넌 전 국장의 기밀 취급권 박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브레넌 전 국장은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하며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투지를 되새겼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비판자를 응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노력의 일부"라며 "정보기관 종사자를 포함해 모든 미국인이 표현의 대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해야 한다"고 썼다.
이어 "나의 원칙은 기밀취급권보다 훨씬 값지다"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정부에 대한 어떠한 비판이든 위협하고 억누르려고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본다"며 "만약 이것으로 나를 물리치거나 조용히 시킬 것으로 믿었다면 대단히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으로 정보요원들에게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반대 의견은 침묵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레넌 전 국장과 함께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앤드루 매케이브 전 FBI 부국장에 대해서도 기밀 취급권 박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해온 인물들이다.
미 행정부는 재임 중 기밀 취급권 인가를 받은 고위 당직자들에게 퇴임 후에도 기밀을 취급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현직 당국자들에게 정책 조언을 하기 위해 최신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자, 퇴직 후 안보, 정치컨설팅, 로비 분야 업체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취지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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