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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대도시 지향 않고 육아 힘쓰니 인구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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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신지 돗토리현 지사

“도로 확대 대신에 숲유치원…셋째부터 무상보육도 효과”

경향신문

“작지만 이길 수 있다.”

히라이 신지(平井伸治) 돗토리현 지사(57·사진)가 2016년 펴낸 책 제목이자, 그가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돗토리현은 지난달 현재 인구 56만명으로 47개 도도부현(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적다. 특히 히라이 지사가 취임했던 2007년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인구 60만명이 무너졌다. ‘지역 소멸’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히라이 지사가 내세운 게 “인구가 적은 지방일수록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포지티브 전략’이다.

중점을 둔 게 육아 지원 정책이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이어야 젊은 세대의 유출을 막고 출산율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히라이 지사는 지난 2일 인터뷰에서 “인구가 유출되는 과소(過疏) 지역에 젊은층이 한두 가구라도 산다면 공동체가 완전히 바뀐다”고 했다.

2010년 ‘육아왕국 돗토리 건국’을 선언하고, ‘육아왕국추진국’을 만들었다. 2014년 산간 지역의 보육료 무상화로 인구 유입 효과를 확인한 뒤 2015년 셋째 이후 아이에 대한 무상보육을 실시했다. 소득과 조건에 따라 둘째 이후 아이에 대한 무상화도 했다. 전국 도도부현 가운데 처음이었다. 히라이 지사는 “무상화 예산은 900만엔(약 9000만원)으로 2명의 연간 인건비”라면서 “도쿄나 오사카는 예산이 많이 들어 불가능하겠지만 인구가 적은 현이니까 거꾸로 가능한 도전”이라고 했다.

여성이 일하기 편한 직장 만들기에도 힘을 기울였다. 매달 19일을 ‘이쿠보스(육아사장)의 날’로 정해 야근을 없앴다. 현청의 관리직 여성 비율은 20%로, 도쿄 다음으로 많다.

돗토리현 출생률은 2007년 전국 평균 수준(1.43)에서 2017년 1.66으로 전국 7위로 급상승했다. 2011년 504명이던 이주자 수도 2017년 2127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히라이 지사는 “여성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육아에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사회에 혁신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돗토리현을 알리기 위해선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6년 돗토리 사구(砂丘)를 증강현실게임 ‘포켓몬고’의 해방구로 선언했다. ‘다자레(서툰 익살)’ 지사로도 유명하다. 커피체인점 스타벅스가 없는 유일한 현으로 주목받자 “ ‘스타바(스타벅스)’가 없어도 일본 제일의 ‘스나바(砂場·모래사장)’가 있다”고 했다.

그는 “예산은 한계가 있다. 도로를 많이 뚫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다고 인구 감소가 멈추는 게 아니다”라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돗토리현이 전국 최초로 ‘숲유치원’ 인정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연 안에서 아이들을 자라게 하고 싶은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현재 7곳을 운영 중인데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이주해오는 이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히라이 지사는 한국의 지방도 인구 감소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데 대해 “ ‘리틀 서울’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면서 “도시를 쫓아가기보다 시골과 지방의 행복한 형태를 제안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돗토리 |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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