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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장바구니 치솟아도 가격 싸진 생선 안 사먹어…"더워서 밥 안해먹어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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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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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재익 기자] 주부 A씨는 오늘도 장보는 것이 두렵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높은 물가도 여전하다.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생선들이 싸게 나온 것을 보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이 무더위에 혹여 생선에 세균이 번식하지는 않았을지, 집에 가져가는 동안 상하지는 않을지도 걱정이다. 결국 다른 찬거리를 사기로 결정하고 발길을 돌렸다.

역대급 폭염이 국민 생선 가격 하락까지 불러왔다. 난류성 어종인 병어와 고등어, 갈치 등이 수온 상승으로 예년보다 빨리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 어획량이 많아지면서 가격도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유독 고온다습한 날씨에 보관 및 변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낮은 가격에도 불구, 올 여름 생선 수요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갈치ㆍ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 수온 상승으로 한반도 인근 몰려, 대구도 먹이 따라 이동= 1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병어(10㎏·특) 가격은 한 달 전 10만원이 훌쩍 뛰어넘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이달 10일 기준 4만6667원까지 급락했다. 한 달 전 거래 가격(10만9480원)보다 57.4%나 떨어진 것. 대표적인 국민 생선 중 하나인 갈치(3㎏·하)도 같은 기간 2만8084원에 거래됐다. 전월 평균 4만1235원보다 31.9% 하락한 가격이다. 같은 기간 고등어(10㎏·상) 거래가격도 2만원을 기록, 전월 대비 14.1% 내려갔다.

대구(8㎏·중) 가격도 1만3392원으로 전월 평균 2만1647원 대비 38.1%나 꺾였다. 대구의 경우 한류성 어종이지만 먹이는 난류성 어종인 청어, 새끼 고등어나 멸치 등이다. 이에 먹이를 따라 우리나라 인근 바다로 몰려왔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측 설명이다.

가격 하락은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한반도 근해에 난류성 어종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어획량이 증가하며 나온 변화라 볼 수 있다"며 "특히 고등어의 경우 지난 6월 한 달 간 진행된 대형선망어선의 자율휴어기가 종료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등어의 지난달 공급 물량은 약 88만t으로 전년 대비 15.3% 늘었고 6월보다는 24.1%나 증가했다. 대구의 경우 지난달 5만3685t이 거래되며 전년 동월 대비 71.1% 증가했고, 6월과 비교해선 57.7% 늘었다.

◆어획량 많아졌지만 더위에 변질 걱정으로 수요는 감소, 가격 하락 이어져= 하지만 큰 폭의 가격 하락에도 불구, 대형마트의 생선 매출은 오히려 감소 추세다. 통상적으로 생선은 여름철이 비수기다. 날씨 자체가 더워지면 상품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높은 온도에 노출돼 살이 쉽게 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폭염으로 채소와 정육 가격이 폭등해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선 구매가 낮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폭염이 본격화된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8일까지 롯데마트의 생선 매출은 평균 19.5% 줄었다. 갈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고 고등어도 1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도 갈치와 고등어 매출이 각각 17.3%, 8.2% 떨어졌다. 추현우 롯데마트 상품기획자(MD)는 "가격이 저렴해졌지만 워낙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다보니 작년에 비해서도 수요도 감소했다"면서 "더운 날씨에 보관 및 변질에 대한 우려로 여름철에 생선류를 많이 찾지 않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재익 기자 o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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