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블록버스터급 M&A 막는 각 국…올 들어 취소규모 5400억달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이른바 '블록버스터급 인수합병(M&A)'이 연이어 각국 정부와 행동주의투자자들에게 발목잡히고 있다. 올 들어 취소된 M&A 규모만 5400억달러(약 60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술·공공부문 등 민감한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블록딜(대량매매)을 막기 위한 주요국의 반독점장벽이 한층 높아진데다, 주주이익 극대화를 내세운 행동주의투자펀드의 압박공세가 거세진 여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등 최근 마무리단계에 돌입한 M&A가 반독점 등을 이유로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한 사례 등이 늘어나고 있다며 12일(현지시간) 이 같이 보도했다.

정보기술(IT)업계 사상 최대규모의 M&A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건의 경우, 무려 1420억달러 규모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동을 걸며 결국 무산됐다. 미국 기업인 퀄컴은 네덜란드 NXP 인수를 추진했으나 이 또한 미중무역전쟁으로 갈등을 벌이던 중국 당국이 승인을 거부하며 좌절됐다.

FT는 "각국 반독점당국이 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실패한 블록버스터급 기업인수의 배후에는 정부의 규제·감시, 행동주의투자자 등이 있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서도 미 지역방송사업자 트리뷴미디어와 싱클레어의 M&A 협상, 미 식품유통업체 앨버트슨의 약국체인 라이트에이드 인수 등이 취소됐다. 영국 IWG 역시 테라피르마, TDR캐피탈, 스타우드와의 매각협상을 포기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철회 건수는 전년 대비 5분의 1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률회사 프레시필드의 매튜 허먼 글로벌M&A자문 대표는 "엄격해진 규제·감시와 정치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미국을 비롯한 일부 주요7개국(G7)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M&A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에 맞대응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브로드컴과 퀄컴의 인수협상이 대표적 예다. 이 매체는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M&A를 막기 위해 외국인투자법에 의존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일정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해 기업경영에 입김을 행사하는 행동주의투자자들의 행보도 최근 기업들의 M&A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 행동주의투자자인 칼아이칸은 올 초 제록스와 후지필름의 합병거래를 무산시키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그는 최근 미 건강보험사 시그나의 익스프레스스크립트 인수건에 대해서도 주주가치 훼손을 내세워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달 말 주주총회 투표를 앞두고 반대의사를 공식 표명한 것이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에서 행동주의투자자들에 대한 대응업무를 담당중인 빌 앤더슨은 "(행동주의투자자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블록딜을 차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로빈 란킨은 "M&A 사이클 상, 시간이 더 지나면 사람들이 어느정도의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