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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제 그만 잡수시'개'-상] 돼지·소·닭과 달리 개는 반려동물이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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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지난 10일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달라'와 '동물 도살 금지법 지지' 국민청원에 대해 "동물을 가축으로만 정의한 기존 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보신탕집이 10년 만에(2005~2014년) 40% 가량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견(食犬) 문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인 40%는 '개고기 먹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고, '끊었다'고 응답한 이들은 25%에 달했다. 육견(肉犬) 업주들은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돌이킬 수 없는 사양산업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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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보신탕집은 2005년 528곳에서 2014년 329곳으로 감소했다. 10년 만에 전체 40%에 달하는 보신탕집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꾼 것이다.

사실상 유일한 서울 시내 개고기 시장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는 지난해 기준 개고기 판매 업소가 5곳만 남았다. 그마저도 3곳은 개고기를 팔기만 하고, 개고기 도축까지 하는 곳은 2곳뿐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보신탕집이 줄어드는 이유는 세대가 바뀌면서 개고기와 보신탕을 먹지 않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물권리단체인 동물해방물결과 'LCA(Last Chance for Animals)'가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 81.2%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답했다.

'개고기를 단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고 답한 이도 40.5%에 달했고, '개고기를 한때 먹었으나 이제는 먹지 않는다'는 이도 24.8%였다.

이에 반해 '개고기를 계속 먹을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18.8%였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먹는다'는 이는 1.2%에 그쳤다.

2015년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즐기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삼계탕(43%)이 압도적인 1위에 올랐고, 보신탕(6%)은 장어(7%)에 밀려 3위였다.

응답자 약 73%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개고기를 주로 즐기는 연령대는 5060대 이상으로 한정되는 경향이 짙었다.

실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돼지·소·닭과 달리 개는 반려동물이자 가족으로 여기고, 개 식용 문화는 장년·노년층 전유물로 여기는 분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확산하고 있다.

◆2030대 '보신탕=구시대적'…보신탕집 주인, 개농장주 "억울하다"

이처럼 보신탕이 젊은층 사이에서 구시대적 문화로 취급받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보신탕집 주인들과 개농장주들이다.

이들은 관련 단체를 결성해 수년 전부터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해왔고, 최근 종로 도심이나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각종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축산법상 개도 가축이라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에 개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고기도 적법한 고기로 인정해 합법적으로 도축·유통·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당국이 관리하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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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회에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개정되지 않은 채 되레 가축분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3월 시행된 이 법에 따라 적법한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갖추지 못한 개농장은 '무허가' 축사로 규정, 사용중지 혹은 폐쇄 처분을 받게 됐다.

개농장주들은 "사실상 생존권을 강탈하고 실업자로 내모는 처사"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월16일 한 집회에 참가한 60대 여성이 살충제를 마셔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개고기를 합법화하기에는 수요가 너무 줄어든 반면, 동물권에 대한 인식 수준은 빠르게 올랐다"면서 "사양산업인 만큼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양산업으로 전락…개고기 합법화하기엔 수요 너무 줄어

전국 재래시장 93개 업소의 개고기 항생제 검출 비율이 일반 축산물의 96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3R동물복지연구소에 의뢰해 식용으로 사육되는 개들에게 투여하는 항생제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전국의 재래시장에서 총 93개의 개고기 샘플을 채취해 항생제 잔류검사와 미생물 배양검사를 한 결과, 전체 93개 샘플 중에서 3분의 2에 이르는 61개(65.4%) 샘플에서 8종의 항생제가 검출됐다.

대표적인 동물용 항생제인 엔로플록사신, 타일로신, 린코마이신, 아목시실린, 설파티아졸, 설파메타진, 설파디아진, 설팜톡사졸 등 8종의 항생제가 검출된 것이다.

93개 중 샘플 중 항생제 농도가 확인 가능한 42개의 샘플을 시·도 축산물시험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준에 적용하면 45.2%에서 항생제 잔류치가 검출됐다. 이는 소, 돼지, 닭 등 일반 축산물 항생제 검출 비율(0.47%)의 96배에 달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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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항생제의 함유 수치는 정부가 다른 식용고기에 적용하는 기준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생물 배양검사에서는 에셔리키아 콜라이 대장균을 비롯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연쇄상구균, 창상감염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 에로모나스 등도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셔리키아 콜라이 검출로 이른바 ‘햄버거병’ 원인으로 알려진 항원형 O157:H7의 검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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