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담당자 1∼2명 불과 / 1명당 동물 3만여 마리 관리 / 인력·조직태부족… 업무 과부하 / 감시원 52% “제역할 못해” 토로
반려동물 숫자가 100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개 물림 사고와 동물 학대 사건이 늘고 있다. 펫티켓(펫과 에티켓의 합성어) 준수를 독려하고 동물 학대를 막는 동물보호감시원들이 인력·조직 부족과 과도한 민원 등으로 본연의 업무를 감당하지 못한다. 동물보호감시원 1명이 담당하는 반려동물은 약 3만1000마리(2017년 기준)나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반려동물에 의한 인명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팀 이름이 동물보호담당인데 하는 업무는 가축 방역 업무, 살처분 보상, 매몰지 관리가 대부분이라 솔직히 동물보호담당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합니다.” 경북도 동물방역과 동물보호담당관의 서연희 주무관은 경북도청에서 동물보호업무를 맡은 유일한 직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북도 24곳의 동물보호센터, 등록을 마친 동물 3만1939마리, 252곳의 동물생산·판매업체 등을 관리하는 것이 서 주무관의 주요 업무이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해 목줄 착용을 권하고 위반 사항을 단속하는 등 동물보호 관련 업무도 병행한다. 서 주무관은 “축산과 방역 관련 부서 직원 1∼2명이 동물보호업무를 겸하다 보니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9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활동 중인 동물보호감시원은 322명이다. 2015년 297명에서 2016년 328명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는 소폭 줄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30.9%까지 상승하면서 1000만 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이 우리와 함께 생활하지만, 담당 인력은 제자리걸음이다. 동물보호감시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자격을 갖춘 공무원을 동물보호감시원으로 임명해 동물 관련 업무를 맡기는 제도다.
과중한 업무 속에서 인력 충원이 되지 않자 동물보호감시원들 사이에서는 업무에 회의감마저 깊어지고 있다. 세계일보가 전국 동물보호감시원 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52%(39명)는 ‘동물보호감시원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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