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에 계류된 폭염 관련 법안은 크게 △폭염 자연재해 포함 여부 △전기료 누진제 등으로 나뉜다. 전기료 누진제관련 일부 법안은 '소급 적용'의 길을 열어놓으면서 30일 본회의에서 처리가 예상되지만 여야 의견 차이가 크다는 점은 변수다. 여야 합의만 이뤄지면 30일 이전에 본회의를 여는 것도 가능하지만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기무사령부 계엄 문건 등 폭염 이슈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여야 대립이 극심한 만큼 30일 이전에 본회의를 여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쟁점 법안에 대한 협상은 이어가더라도 폭염 관련 법안은 여야가 별도로 협상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고 처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폭염을 자연재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 관련 발의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손금주 무소속 의원을 시작으로 8월에만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재옥·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 대부분이 폭염을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이라고 규정된 재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최근 "폭염을 재난안전법상 자연재해에 포함시켜 정부가 체계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야권 역시 별다른 이견이 없는 만큼 올해 기록적인 무더위를 계기로 폭염이 재난에 포함되는 법률은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와 관련된 법안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조경태 한국당 의원이 지난 1일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전 폐기 내용이 포함됐다. 조 의원은 제안 이유와 관련해 "누진제는 가정용 전기의 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저소득층 요금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 도입 취지였으나, 평균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소득이 있는 1인 가구가 누진요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장애인 가구 등 전력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 등이 누진요금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등 애초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주택용·일반용 등 사용 용도에 따라 구분하되 전기요금 계산과 관련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을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 역시 5일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누진제 부담 경감을 주장했다. 권 의원 개정안에는 '일 년 중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동절기와 7월부터 9월까지 하절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한시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부담을 경감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18년 하절기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누진제 부담을 산정해 부담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다만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과 관련된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10여 건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할 정도로 민감한 이슈라는 점이 변수다. 야당은 '전기료 누진제 완화·폐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설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관련된 법안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근로자가 고열·한랭·다습 작업뿐만 아니라 폭염에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을 할 경우 사업주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또 규칙 제567조 2항 신설을 통해 '사업주는 근로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하도록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시행규칙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법률안 차원에서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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