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전남 목포에서 최근 안전진단을 받은 BMW 520d 차량에 불이 나면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
4일 전남 목포에서 BMW 측에서 실시한 안전진단을 마친 520d 모델에 불이 나면서 국토교통부와 BMW 신뢰도는 더 추락할 처지에 놓였다. 현장에서 안전진단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소비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5일 정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안전 진단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국 61개 서비스센터를 통해 보름간 리콜 대상 차량 10만6317대를 진단하는 강행군이다.
BMW코리아는 하루 1만대씩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점검 차량은 목표치의 절반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31일 이후 4일까지 안전진단을 마친 차량은 2만6400대로 하루 평균 5280대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BMW 딜러사 관계자는 "비상체제로 24시간 풀가동해 돌아가고 있다 보니 일선 기술진 피로가 급속히 누적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디젤차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이외 다른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당초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EGR를 BMW 측이 점검했지만 4일 차량에서 불이 났기 때문이다. BMW코리아는 이에 대해 "안전진단을 한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국토부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 사고가 단순한 직원 실수가 아니라 제대로 진단했음에도 불이 난 것으로 판별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전망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화재 원인이 다른 데 있고 이를 아직 BMW와 국토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BMW 측이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안전진단을 진행한 것은 리콜 조치 이전에 운행해도 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리콜 대상 차량이 10만6317대나 되는 만큼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취해진 사전 조치다. 민간 전문가들은 EGR 이외에 제어 소프트웨어 결함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부품(흡기 다기관)이 열에 취약해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BMW 가솔린 엔진 차량에서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 원인이 다른 데 있을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년 전 미국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도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최근 발생하는 화재 원인이 소프트웨어에 있다면 문제 부품을 교체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 중요한 것은 전남 목포 서비스센터에서 한 안전진단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여부"라며 "단순 실수라면 BMW 안전진단에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BMW는 후속 정밀진단에 착수한다는 입장이지만 연이은 대응 실패로 수입차 내수 판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BMW코리아는 올 상반기 3만4568대(점유율 24.6%)를 팔아 1위 벤츠(29.3%)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5만9624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화재 사고가 가장 빈번히 발생한 520d(9688대) 모델이 전체 성적을 밀어올렸다.
BMW코리아는 이에 힘입어 올해 내부적으로 7만대 판매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고로 추격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김정환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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