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설립 애로나 지연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낮은 공동체 의식을 보여준다. 지난해에는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 꿇고 호소하는 모습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져 충격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정치인이 특수학교 터에 국립 한방병원을 짓겠다고 공약해 특수학교 반대 여론을 부추겼다고 하니, 표를 얻기 위해 갈등에 편승하는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되겠다.
서울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1만2천800여 명이다. 이중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35%가 채 안 된다. 나머지는 일반 학교에 다닌다. 이 일반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개설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서울시 8개 구에는 특수학교가 아예 한 곳도 없다. 특수학교가 워낙 부족해 장애학생이 학교에 가기 위해 1시간 이상 차를 타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국적으로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약 9만 명에 이르지만, 특수학교나 학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학생은 비장애학생과 마찬가지로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특수교육은 우리 사회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주변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가 특수학교를 기피하게 하는 것 같다. 이런 걱정은 근거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구체적인 피해가 없는데도 특수학교를 기피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닐 수 없다. 치열한 경쟁과 빈부 양극화로 인해, 소득 수준이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 공동체 의식이 약하고 각박한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다만 공익을 앞세워 개인에게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수학교 설립으로 인한 불편이 없는지 주민과 소통하고 의견을 경청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 주민만 탓하지 말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경찰서, 소방서, 일반 초·중·고교처럼 필수 시설의 하나로 특수학교 설립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개발, 재건축·재개발 때 특수학교 설립을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품격 주거지와 잘 어우러진 특수학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웃해 사는 공동체 문화가 어렵지 않음을 입증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게 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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