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롯데면세점 본점 스타라운지에서 외국 VIP 고객들을 응대하는 퍼스널쇼퍼 전담팀이 모였다. 왼쪽부터 이유리, 홍지희, 차경석, 김재영, 최미화, 이화, 황진화 씨.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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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퍼스널쇼퍼 이화 지배인은 지난달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 VIP 고객에게 무려 1억9000만원어치 명품 팔찌를 판매해 면세점 단일 품목 판매로 최고액을 기록했다. 물건 종류도 많고 면세 천국인 홍콩이 아니라 굳이 롯데면세점에서 거액 제품을 구매한 것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 지배인이 세심하게 살피고 챙기면서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소개해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제안해줬기 때문이다. 이 지배인은 "제게 추천을 받아 구매한 고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느낀다"며 "생일이나 명절 때 안부 문자도 보내면서 친분을 나눈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 세계 2위, 국내 1위인 롯데면세점에는 웬만한 중소기업을 능가할 정도로 막강한 실적을 올리는 '어벤저스' 군단이 있다. 엄청난 씀씀이를 자랑하는 외국 부호들을 응대하는, 이 지배인이 속한 퍼스널쇼퍼 전담팀이다. 퍼스널쇼퍼는 고객 스타일이나 취향을 파악해 제품 구입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을 뜻한다.
1980년 서울 명동 본점을 열며 국내 면세점업 역사를 연 롯데면세점은 올해 4월 VIP 고객들을 위한 별도 공간 '스타라운지'를 개설하고 기존 퍼스널쇼퍼 등을 기용해 전담팀을 조직했다. 스타라운지에는 한번에 1만달러 이상 쓰는 고객들을 위한 퍼스널쇼퍼룸 등이 따로 마련돼 있다. 시내 면세점 제도가 일찍 안착해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됐기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롯데면세점 최초로 여성 해외 사무소장을 역임한 최미화 FIT(해외 개별 여행객 담당) 매니저(35)가 20·30대 퍼스널 쇼퍼 6명을 통솔한다. 최 매니저는 "올 4월 스타라운지를 열고 VIP 고객 객단가가 1000만원에서 1200만원 정도로 껑충 뛰었고 고객들 만족도도 높다"며 "올해 우리 팀을 통한 거래액이 300억원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라운지 이용 고객들은 얼마를 더 소비해야 VIP 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자주 물을 정도다.
작년까지 베이징 사무소장을 4년간 지낸 최 매니저를 포함해 6명이 중국어 능통자이고 1명이 러시아나 동남아 관광객들을 응대하는 영어 능통자로 국제화된 인력들이다.
롯데면세점은 일찌감치 국외 사무소 8곳을 두고 각 지역 우량 고객들을 꾸준히 관리해 왔다. 한류 스타나 명품 브랜드 이벤트를 만들며 적극 판촉한 덕분에 한국 방문까지 유도하는 외화벌이 일등공신들이다.
VIP라운지 오픈을 앞두고 지난해 진성 VIP 고객 명단만 2000명가량 추려냈다. 다이궁(보따리상)이나 구매대행업자들과 달리 개별 여행객 구매 패턴은 차이가 난다. 구매 이력이 일정 금액만 넘으면 국외 사무소에서 텔레마케팅 등을 통해 주요 행사 등을 소개하면서 한국 방문과 구매를 관리하고, 이 중에서도 특히 구매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특별 관리된다. 예를 들어 1만달러 구매를 보장하는 고객은 롯데렌터카의 공항 의전 서비스를 받거나 롯데호텔 숙박까지 지원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퍼스널쇼퍼들의 세심한 관리가 특별 서비스의 정점에 이른다. 이화 지배인이 2014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퍼스널쇼퍼 경력이 가장 오래됐고, 청일점 차경석 씨는 중국 유학파 출신으로 퍼스널쇼퍼로 일한 지 6개월도 안 됐지만 이미 1억3000만원짜리 시계를 판매한 경험이 있다. 이민호 같은 한류 배우들을 통칭하는 '창투이 어우바(롱다리 오빠)'로 통할 정도로 인기 만점이다. 다른 팀원인 이유리, 홍지희, 김재영, 황진화 씨도 한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 매니저는 "롯데면세점 업력과 다양한 브랜드 제품 소싱 능력이 더해져서 중국 부호들을 만족시킨 덕분"이라며 "그들이 선호하는 롤렉스 시계나 에르메스 버킨백, 켈리백도 면세품으로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사드 보복 여파로 한국 방문이나 면세점 방문을 일부 꺼리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개선됐다는 전언이다.
VIP 고객들을 쉼없이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팀원들은 2교대 근무가 필수다. 최 매니저는 팀원 모두가 한꺼번에 모일 기회가 흔치 않지만 자주 단합대회를 하며 기를 살려주려 한다. 일부 고객이 말도 안 되는 요구나 불만을 제기해 힘들게 하는 등 감정노동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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