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사, 워싱턴포스트의 오늘 머리기사를 읽어줘." "알렉사,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틀어줘." 광고 장면 같기도 하지만 내 일상의 한 단면이며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중 하나다. 2014년 아마존이 알렉사(Alexa)라고 이름 붙인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한 이래 알렉사의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구동 가능한 기능은 몇 년 사이 2만5000개 이상으로 급증하였다. 내 음성만으로 움직이는 이 인공지능 비서는 내가 며칠동안 말을 걸지 않으면 스스로 내게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 감정을 분석하여 대응하거나 복잡한 응답 업무 수행을 해내기엔 아직 인공지능 비서의 역량이 부족한 것 같다. 인공지능 비서 외에 '진짜 사람 비서'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 비서행정 및 관련 학과를 개설한 대학이 여러 곳 있고, 이들이 비서 인력이 필요한 기관에 우수 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기업의 임원들을 보좌하는 비서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이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의 역량 개발에 대해서는 그간 관심이 다소 적었던 것 같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비서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기관 내 기존 일반 인력 풀에서 선발되는 사례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간 부문의 전문 비서보다는 비서 업무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비서는 상사가 처하는 각종 상황에 함께 대처하는 가장 밀접한 파트너다. 특히 정부와 공공기관의 비서는 기관장의 최일선 참모로서 정무적 판단과 팀 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전략적 마인드와 고도의 정책적 감각을 발휘하여 기관장을 보좌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인사혁신처는 최근 공직 내 비서 교육을 처음으로 시행하였다. 공직 최초로 개설된 비서 전문 과정은 부처 기관장 비서진이 직무 수행에 필요한 교육 과정을 이수하여 비서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보다 충실히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개설되었다. 공직 내 비서 직무 경력자와 정책보좌관, 민간 기업 비서실장 및 비서행정 전문가 등 특강을 통해 비서 선배의 성공·실패 경험담, 기관장 보좌 비법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앞으로 비서 직무 매뉴얼을 만들어 공공 부문에 필요한 비서 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정책적 조언, 정무적 감각 발휘를 통한 기관장 보좌는 인공지능 '알렉사'나 로봇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비서 전문 과정에 많은 수요가 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비서 전문 과정이 공공 부문에 널리 확산되었으면 한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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