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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사설] 부총리 삼성 방문이 논란될만큼 경제가 한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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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6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방문을 앞두고 세간이 시끄럽다. 청와대가 대기업 팔을 비틀거나 투자나 고용을 구걸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기재부에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가 발단이다. 김 부총리는 극히 이례적으로 “정부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계획도 전혀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까지 냈다. 청와대와 경제사령탑이 정책 엇박자도 모자라 기업과의 소통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

김 부총리가 삼성전자를 방문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이다. 설비투자와 산업생산이 늘어나기는커녕 계속 뒷걸음질치면서 성장률 전망치는 3%에서 2.9%로 낮아졌다. 고용상황은 더 좋지 않아 3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7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잿빛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경제는 곤두박질치는데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당연히 기업이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도록 요청하고 설득해야 마땅하다. 김 부총리가 최근 LG와 SK·현대차·신세계 같은 대기업을 찾아가 간담회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인도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는데 경제사령관이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물론 경제를 살리겠다고 정부가 대기업의 팔을 억지로 비트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규제 철폐와 세계 혜택 같은 유인책으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의 소통이 지금보다 자주, 훨씬 심도 있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이런 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는 없다”는 김 부총리의 지적은 그래서 옳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 확대 요청에 청와대가 시비를 걸 만큼 우리 경제는 한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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