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서 벡터 기하를 뺀다고요? 왜 학생들은 쉬운 것만 배워야 하는 거죠?"
1일부터 나흘간 뉴욕 세인트존스대에서 열린 한미과학자대회(UKC)에 모인 한국과 미국 대학 교수, 총장들은 한목소리로 한국 교육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문영 미주리대 총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범위에서 기하와 과학2를 제외하겠다는 한국 정부 방침에 대해 "한국의 공교육이 원하는 것은 학생들이 쉬운 과목만을 배우게 하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최 총장은 "어려운 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한계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기하와 벡터를 제외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국 대학 교수들도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동의했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 대학 교수들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상황에서 비판적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 수학과의 한 교수는 "한국 정부가 기하, 벡터, 과학2를 수능에서 제외하겠다는 근거가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미국에서 이 과목들은 논리력, 추리력과 관련돼 있다고 여긴다"며 "한국 정부가 정말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기하와 벡터를 제외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하와 벡터는 학생들이 논리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과목"이라며 "단순히 '학생들을 위해서'라는 말을 믿기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카티아 파세리니 세인트존스대 학장은 "미국의 경우 대학 입학 시험인 SAT를 학생을 선발하는 데 있어 옵션으로 활용한다"며 "한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능이 갖고 있는 절대적 권위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욕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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