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소름 돋는다는 느낌이었다. 어느 한쪽으로 막 밀어붙이듯이 딱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인 걸 정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공론화라는 게 정말 의미가 있구나, 저는 오히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지난 3일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결과를 발표할 당시 김영란 위원장이 밝힌 소회다. 결론을 도출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음에도 공론화위는 '의미 있었다'며 자화자찬을 했다.
지난 1년간 '하도급에 하도급' '떠넘기기' 등 비판을 하면서도 공론화 결과를 기다려온 학생·학부모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소름 돋는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번 발표에 대해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교육정책에, 특히 입시정책에서 공론화 운운하는 것부터가 무리였다. 입시정책은 한 가지 정책을 시행하면 새로운 부작용이 뒤따르는 터라 전문가들의 세부 조정이 더 중요하다.
공론화위가 중장기 과제랍시고 내놓은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는 더 자명하다. 공론화위는 이날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능(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자는 의견과 수능전형(정시)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는 추가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는 조사를 진행하기 전부터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다. 애초에 대입제도 개편의 목적은 수능 절대평가와 정시 확대가 양립하기 힘든 만큼 둘 중 하나를 강조한 방안을 선택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공론화위는 두 변수를 별도로 떼어놓고 조사를 진행했다. 의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놓지 못한 채 면피성 조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교육부가 학생부 개선 방안,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제도, 학교폭력 제도 개선 방안 등 파괴력이 큰 정책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이들 정책을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라는 또 다른 공론화 절차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정부는 여론을 살핀답시고 더 이상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부추겨선 안된다. 정부의 원래 소신이 어떠했든, 현재 그 소신이 어떻게 바뀌었든 아이들을 위해 옳다고 믿는 게 있다면 그 길로 나아가는 우직함을 보여야 한다. 여론에 따라 정책을 뒤집는 행태로 인해 정부 자체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고 있다.
[사회부 = 조성호 기자 summersk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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