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마코앤보 대표. [사진 제공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남성분들 와이셔츠, 어깨너비에 맞추면 목둘레가 안 맞죠? 어깨는 좁아도 배가 나오면 바지를 입어도 맵시가 안 나죠?" 듣다 보니 다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왜 내 몸에 안 맞는 셔츠를 비싸게 사 입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현숙 마코앤보 대표(38)는 비교적 늦깎이 청년 창업가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뒤 유아완구 무역회사에서 8년간 수출입 업무를 담당했다.
이 대표는 "과장으로 한창 업무에 숙달됐을 때 '내 사업을 해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류 디자인은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일이라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닐 때도 틈틈이 디자인 관련 공부를 해왔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디자인 기술 공부에 매진했다.
하지만 곧바로 창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여성복 회사에 입사해 기본 업무를 배우며 어느 정도 실무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준비할 만큼 하고 2016년 11월 부산 국제시장 청년몰에 창업했지만 초기에는 매 순간이 고난(?)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옷만 잘 만들면 되는 줄 알았는데 창업해 보니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게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매장 인테리어부터 의상 디자인과 콘셉트 정하기, 온라인 마케팅, 회계 정산 등을 모두 혼자 처리해야 했다.
창업 비용은 회사를 나오면서 창업 후 1년 정도는 이끌어갈 종잣돈을 모았고 여기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청년 상인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소진공은 전국 12개 전통시장에 청년몰을 조성해 만 39세 이하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마코앤보는 남성 와이셔츠에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 전 여성복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초기 사업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창업은 열정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동종 업계에서 일해본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장에서 고객은 목, 가슴, 어깨, 허리, 팔뚝, 팔 길이, 손목, 엉덩이 등 치수를 잰다. 남성 와이셔츠는 어깨에 맞추면 팔 길이가 맞지 않거나 목이 갑갑한 경우가 흔하다. 가슴이나 배가 나온 남성은 셔츠가 팽팽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간혹 엉덩이나 허벅지가 굵은 남성은 와이셔츠를 맵시 있게 입기 힘들다.
이 대표는 "사람 체형은 제각각인데 획일적인 기성복 와이셔츠가 불편한 게 당연하다"며 "사실 와이셔츠는 제 몸에 맞는 것을 입으면 어떤 옷보다 편리한 옷"이라고 말했다. 마코앤보는 고객 재구매율이 80~90%에 달할 정도로 높다. 5만~10만원대 합리적인 가격이기 때문에 한번 주문할 때 색상·옷감을 달리해 3~4벌씩 주문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올 초 온라인몰을 열어 전국 어디라도 고객이 수치만 알고 있으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온라인에서 보고 선택하는 대로 옷을 제작해 배달까지 해준다. 수치를 재지 않았어도 자신에게 가장 맞는 셔츠(샘플 핏)를 택배로 보내오면 그 수치에 맞춰 옷을 제작해준다. 택배비는 무료며 택배원이 가정까지 방문해 픽업해간다.
이 대표는 최근부터 VIP 고객에게 트렌디한 원단 샘플을 판촉 마케팅(DM)으로 매달 보내주고 있다. 색상과 디자인 외에 셔츠를 입었을 때 피부에 와닿는 원단 느낌을 고객이 알아야 제작 후 만족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합리적 가격의 맞춤형 와이셔츠'라는 소문이 나면서 부산 국제시장을 찾는 쇼핑객이 치수만이라도 재기 위해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일단 치수만 재놓고 새 셔츠가 필요할 때 주문하기 위해서다. 한 대학교수는 본인 셔츠를 맞춘 후 만족해 동료 교수들에게 선물용으로 여러 벌 주문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국내는 물론 영국·중국 등 관광객도 셔츠를 맞춰간 적이 있다"며 “2년 새 쌓인 고객 치수만 수천건 데이터로 저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이 대표는 새로운 목표를 꿈꾸고 있다. 주문형 셔츠가 알려지면서 호텔과 대학·기업체 등에서 단체복 주문을 몇 차례 받았다고 한다. 이에 전문적으로 단체복을 주문받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누구나 자신에 대해 믿음이 있기 때문에 창업에 나서지만 막상 창업한 후에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정신적·육체적으로 쉽게 지친다"며 "꼭 동종 사업장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 서찬동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