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화 가치 급락 막으려 안간힘
환율 조작범죄엔 간첩혐의 적용
유럽서 신형 항공기 인수도 서둘러
美, 獨에 자금 압박하며 고사작전
"원유수입 계속할것" 中이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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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7일 자정(미 워싱턴DC 기준)부터 이란에 대한 1차 제재 복원에 돌입한다. 미국은 두 차례에 걸친 제재로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겠다고 벼르지만 중국의 방해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이란 역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란 중앙은행의 고시환율 변경을 엄격히 제한하고 외화의 시중 유통을 통제하는 내용의 대책을 6일 발표한다. 미국의 제재 재개 이후 리알화 가치 급락을 막으려는 조치다. 리알화는 달러화 대비 암시장에서 지난 한 달간 28%나 급락했다.
대책에는 환율조작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앞서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청장은 시장환율과 고시환율의 차이를 악용해 수입차를 비싸게 되판 용의자 29명을 검거한 뒤 “혼란을 악용해 축재하는 행위는 미국에 협력하는 것”이라며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간첩혐의 적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제재 실행 이후 민간항공기 수입 및 임대가 금지되는 데 대비해 서둘러 신형 항공기도 인수했다. 이란 국영 이란항공은 5일 수도 테헤란에 신형 여객기 ATR 72-600 5대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 여객기는 프랑스 에어버스와 이탈리아 레오나르오의 합작사 ATR의 단거리용 터보프롭 기종이다.
다만 반미 단결로 미국에 맞서자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주문과 달리 이란 국내에서는 정부에 경제난의 책임을 묻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터지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도시 곳곳에서 물가 폭등과 실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더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경제난으로 이란 국민들은 미국이 아닌 자국 정부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화 거래가 막힌 이란 정부는 유럽을 통한 외화조달을 구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독일 분데스방크를 압박해 함부르크은행에 보관된 3억유로의 외화반입 차단에 나섰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하르트 그레넬 독일 주재 미 대사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최측근을 만나 로비를 벌였으며 이에 따라 분데스방크가 이달 25일 새로운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발효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규정이 시행되면 이란이 함부르크은행에 보관한 3억유로를 본국으로 송환할 수 없게 된다.
한편 미국의 이란 압박작전에서는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계속하겠다고 엇박자를 내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란이 미 제재에 대비해 중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늘리고 중국 상품 수입을 늘리고 있다”며 이란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공개석상에서 이란과의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 역시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날 이스라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이 다음달 18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만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 탈퇴를 사과하고 복귀하지 않으면 대화 테이블에서 마주 보지 않겠다고 일축한 상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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