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누지 맨스필드 재단 회장
다자무대 준비 불확실한 金, 유엔총회 참석은 신중
北 지금도 핵물질 생산...단시일내 핵동결 최우선
美中 틈바구니 낀 韓, 균형자 역할하기엔 역부족
한반도에 지배적 야망없는 美와 동맹 굳건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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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소재 아시아태평양 전문 싱크탱크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전에 평양을 전격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여년 동안 미 의회와 정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다뤄온 자누지 회장은 맨스필드재단 본부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창간 58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금도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어 비핵화 플랜은 진전된 것은 없다”고 평가하면서 “현실적으로는 단계적 비핵화로 나아가되 북한의 핵물질 생산 완전중단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맨스필드 회장은 또 미중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에 대해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평화유지자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미중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한반도에 지배적 야망이 없지만 중국은 다른 야망을 품고 있다”고 경계하며 “한중 간 경제협력을 확대하더라도 안보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굳건히 해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 비핵화에 별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비핵화에 대해 명확한 계획이 없는 것은 맞다. 아직 북한 비핵화에 의미 있는 발전은 없는 셈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지만 이는 언제든 다시 열 수 있으며, 북한이 이미 핵실험에 성공해 핵무기를 완성한 이 시점에 풍계리 폐쇄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를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 30여년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이 비핵화 실행에서 한꺼번에 모든 결정을 한 적은 없다. 1994년과 2005년에도 북한은 비핵화 의향을 보였지만 성사된 것은 없다. 북한 스스로도 향후 어떻게 변할지 단정할 수 없기에 단계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본다. 미국과 한국은 일단 북한이 안전함을 느끼고 이를 확신하도록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은 어떤가.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뉴욕이나 워싱턴DC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간 두 번째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직 믿을 만한 정보는 없다. 김 위원장이 이제까지 1대1로 정상회담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가 뉴욕에서 여러 다른 정상들과 함께 만날 준비가 돼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김 위원장이 뉴욕에 오는 데는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6일 미 중간선거 이전에 북미는 물론 남북 간 관계 발전으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평양을 전격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하원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일들을 모색할 것으로 본다.
-북한의 비핵화 협의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한국이 북한 핵 문제를 경계하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현실적으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은 남한이 어찌할 수 없는 측면이다. 또 남북관계 발전 이상으로 북미관계 발전이 중요하다. 미국 없이 남북관계만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같이 갑시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한국·북한·미국이 모두 함께 가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이겠는가.
△‘일괄 타결’ 비핵화 방식은 물 건너갔다. 따라서 단계적 해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가장 위험한 문제점을 먼저 해결하고 점차 다른 문제들도 풀어가는 것이다. 최우선으로 북한이 가진 모든 핵능력을 최단시일 내에 동결해야 한다.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쇄하고 핵물질 생산을 완전히 중단시켜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도 제3국으로 이전 처분해야 한다. 북한은 오늘도 핵물질을 만들고 있다.
-비핵화 협의가 무산될 경우 트럼프 정부가 대북 군사 옵션을 다시 꺼낼까.
△6·12 북미 정상회담 전에는 대화가 잘 안 될 경우 무력사용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김 위원장을 만나고 악수도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미국이 군사제재를 취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고 탄도미사일을 계속 쏘는 어리석은 짓만 하지 않으면 한국이 미국을 도와 대북 군사조치에 나서지 않을 것임도 분명하다.
-미국 의회나 정보기관에서 “중국이 미국에 최대의 도전이자 위협”이라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을 어떻게 보는가.
△미국에서는 30년 전 일본이 미국의 ‘최대 적’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 전에는 옛 소련이 있었고 2000년대 초반 9·11사태 이후에는 국제 테러리즘을 적으로 설정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라이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중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며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중국이 강대국으로 커가면서 국제기구에 적극 참여하고 주변국에 영향력을 확대하며 개방적으로 나서는 것도 미국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 미국은 중국과 경쟁하면서 주변국이 ‘중국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 대신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도록 외교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안보대결이나 무역전쟁 등이 일어나면 한국이 곤경에 처하곤 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은 여러 강대국들 사이에 있다. 한국이 미중 간 균형자 역할을 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평화유지자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한국은 개방적이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들을 가졌다. 한국의 장점들을 활용해 다른 중소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국제기구에서 무역·환경·개발 등 다자 간 이슈에서 위상을 높여야 한다. 미중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게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미국·중국 모두와 긴밀하고 돈독한 관계를 지속해나갈 수 있다고 보나.
△한국이 중국과 더 가까운 무역관계를 맺는다 해도 미국이 우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도 최대무역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처럼 이웃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수많은 침략에도 독립 의지가 매우 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안보 측면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더욱 가까운 동맹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지배적인 야망은 전혀 없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야망을 가졌을 수 있다. 중국이 한미동맹 관계 단절을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워싱턴DC=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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