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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3년간 100명이 밤낮으로 개발…대작게임 탄생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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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게임 개발이 한창인 넥슨레드 사무실 전경.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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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의 한여름은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다. 빼곡히 들어찬 '유리' 빌딩 글라스월에서 반사되는 햇볕에 아스팔트에서 이글거리며 올라오는 열기까지 겹치면서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은 지난달 중순, 판교 테크노밸리 블록 한편에 위치한 넥슨레드 건물에 들어섰다. 지난해 수출 4조원을 넘길 정도로 글로벌 무대를 누비는 한국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넥슨레드(대표 김대훤)는 지난해 게임 신작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넥슨 계열의 독립 개발사다. 넥슨은 게임 제작 개발 과정의 독립성·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게임 신작 개발 담당 인력들을 자회사 형태로 떼어 내 독립 스튜디오로 운영하고 있다. 넥슨레드는 지난해 9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액스(AxE)'를 출시했다. 출시 동시에 애플과 구글 매출 1위를 기록하면서 3개월 만에 다운로드 횟수가 300만건을 넘은 액스는 내년 글로벌 시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게임 출시와 동시에 업데이트 전쟁

지난달 18일 찾은 넥슨레드는 액스를 출시한 지 1년이 가까웠지만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콘텐츠 업데이트 작업이 한창이었다. 넥슨레드에서 액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직원 100여 명은 콘텐츠 업데이트에 주력했다 . 991㎡(약 300평) 이상 돼 보이는 널찍한 공간으로 구성된 넥슨 건물 5층에 들어서자 개발팀 100명이 모여 있었다. 칸막이로 분리된 사무실은 마치 개방형 대학 도서관을 연상케 했다. 조용한 듯싶었지만 침묵은 금세 깨졌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게임 기획팀과 개발팀 간 격론이 오갔다.

"오래 참여한 사람이 더 보상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참여한 시간이 짧았어도 결정적 타격을 준 사람에게도 보상을 제대로 해야죠." 기획팀과 개발팀이 다음주에 있을 모바일 게임 '액스' 업데이트를 앞두고 유저들의 보상 시스템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국 게임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MMORPG 분야는 수백, 수천 명의 게이머가 동시에 참여해 서로 진영을 이뤄 가상전쟁을 치르는 구도다. 이 같은 게임 특성상 보상 시스템을 어떻게 갖추느냐는 게이머들의 핵심적인 이해가 걸린 요소이기도 하다.

현장을 찾은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게임이 휙휙 돌아가는 화면이 아니라 기획팀 부서의 모니터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엑셀 파일이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수치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레벨별로 서로 다른 공격치, 방어치, 보상 등 레벨 밸런스를 조정하기 위한 수치였다. 넥슨레드 관계자는 "게임 기획자의 역할은 게임의 콘셉트와 핵심 재미를 결정하고 규칙을 정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게임 줄거리만 재미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수학적으로 정교하게 데이터를 분석해 레벨 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팀 옆에는 디자이너들이 위치한 공간이 있다. 책상에는 피겨 등 아기자기한 소품이 한가득 눈에 들어왔다. 디자이너들의 모니터에는 게임 내 필드가 화면에 가득 차 있었다. 디자이너팀 관계자는 "필드 어떤 쪽에서 몬스터가 등장하느냐에 따라서 유저들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몬스터가 어떤 방향에서 출몰하도록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레드 관계자는 "모든 게임이 그렇겠지만 모바일 게임은 몬스터의 출몰 위치와 화면 버튼 구성 등 세밀한 작업도 꽤 긴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지난한 작업"이라면서 "전체 게임 개발 인력 중 40%가 디자이너에 달할 정도로 게임은 엄청난 수작업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그래픽팀에서는 캐릭터의 피부와 눈동자를 수정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디자이너들은 모니터를 두세 개씩 연결해놓고 푸른색, 깊은 갈색 등 캐릭터 인종의 눈동자 색깔 하나하나를 수정해 나갔다. 혹시라도 햇볕에 가려 실제 색감을 보지 못할까봐 볕을 차단하는 가림막이 디자이너들 모니터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디자인팀 관계자는 "게임을 한 번 출시하면 끝이 아니라 자신만의 캐릭터를 취향에 맞게 구성하고 싶어 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며 "이용자들이 취향에 맞게 캐릭터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피부색과 눈동자를 다양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넥슨레드 관계자는 "하루라도 이용자 부침이 심한 모바일 게임 환경에서 순간 한눈을 팔면 이용자가 떠나기 때문에 4~6주에 한 번꼴로 큰 규모의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면서 "모바일 게임은 출시 전에도 전쟁을 치러야 하지만 출시 후에도 계속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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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서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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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제작 3년 걸려

넥슨이 모바일 게임 대작 액스 제작에 착수한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을 구상하며 원형(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이때 시나리오팀이 세계관과 줄거리를 만들었다. 넥슨레드 측은 "국문과나 영화계 출신을 게임기획자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의 장수 생명력을 위해서는 시나리오 작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발진은 프로토타입을 구축한 다음 기존에 보유한 이미지 자원(리소스), 다시 말해 기존에 갖고 있는 게임 캐릭터들을 활용해 일단 게임을 만들어본다. 게임이 완성됐을 때 '느낌'을 보기 위한 단계다. 황의권 넥슨레드 기술관리총괄 본부장은 "실제 게임을 구현해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구성원 간 논의를 통해 많은 부분을 개선하고 진짜 틀을 잡아간다"고 말했다. 액스 또한 액션 RPG에서 시작했지만 제작 과정에서 진영 간 전투를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RPG로 방향을 틀었다.

넥슨레드 관계자는 "초기 프로토타이핑 단계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게임의 정체성과 콘셉트를 잡고 그 후에 본격적으로 그래픽 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개발에 투입되는 인력은 초기 프로토타이핑 단계엔 20여 명, 프로덕션 단계엔 80명, 개발 막바지에는 100명 등 단계별로 많은 인원이 투입된다. 날개 달린 전사, 괴물 등이 다수 등장하는 판타지 게임인 액스는 화려한 액션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개발 단계에서 이미지 업그레이드는 매우 중요하다. 칼을 휘두를 때 번개가 치거나 빛이 나는 이펙트 효과에 공들였다. 또한 호쾌함을 주기 위해 시원한 그래픽감을 강조했다. 넥슨레드는 "주요 게임은 캐릭터가 전면을 바라보거나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이 많다. 그러나 액스는 호쾌함을 주기 위해 여러 논의 끝에 플레이어 등 뒤에서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백뷰' 시점을 도입해 사실성을 높였다"고 했다.

그렇게 그래픽 완성도를 높이고 게임성을 다듬은 뒤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춘 후에는 유저 테스트를 진행한다. 유저 테스트나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통해 게임의 재미가 회사가 기획한 대로 구현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주로 1만명에서 10만명 규모의 유저에게 게임을 배포해 게임성을 확인한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유저 테스트 결과는 실제 시장 상황과 맞는 경우가 많아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다. 영화사로 치면 일종의 내부 시사회 같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개발사는 서버 안정화 작업에 주력한다. 게임을 출시했을 때 대규모 이용자가 몰릴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게 서버 안정화 작업이다. 넥슨레드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은 조금만 서버가 불안정해도 이용자들이 다른 즐길 거리를 찾아서 떠난다"며 "출시 초기에 이용자를 확실하게 붙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반 이용자 규모를 예측해서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서버를 안정화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게임사는 게임 제작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유통을 맡는 퍼블리셔와 출시 시기를 논의하며 마케팅을 기획한다. 넥슨레드가 개발한 액스는 초기 기획 단계 시점부터 약 3년 후인 지난해 9월 시장에 출시됐다. 액스는 4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출시 직후 구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2위, 애플에서는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규모 마케팅의 힘도 있었지만 출시 초기에 서버 에러 없이 콘텐츠 업데이트가 유연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출시를 기점으로 전후 3개월 동안 게임사 모든 직원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크런치모드'가 이뤄진다. 넷마블 '리니즈2레볼루션', 엔씨소프트 '리니지M' 등 현재까지 국내 모바일 게임 톱5에 안착한 게임 모두 출시 전후로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을 투입하며 이용자 확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진짜 경쟁은 출시 직후다. 넥슨레드는 "모바일 게임은 유저들이 작은 방해 요소에도 충분히 게임을 떠날 수 있다. 이용자를 붙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이용자와 꾸준히 소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판교는 열정과 동시에 위기감이 공존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추격하는 중국과 앞서가는 미국·일본 사이에서 경쟁력 찾기에 골몰했다. 김대훤 넥슨레드 대표는 "중국의 게임기술이 급속도로 향상돼서 중국의 물적 공세와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게임 기술력 사이에서 한국 게임사는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의 안착에 취하지 않고 글로벌로 뻗어나가야 답이 있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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