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회가 화웨이와 현지 기업 간 거래 중단 등 압박을 가해 당분간 현지에서 만족할 만한 실적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에 정통한 관계자는 5일 “화웨이가 미국 사무소 세 곳을 모두 철수할 예정”이라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의 잇따른 경계가 직접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도 “화웨이 미국 사무소 철수에 대한 준비는 3~4개월 전부터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는 미국 모바일 사업이 사실상 중단돼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통신장비·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파상 행보를 감안하면 보기 드문 결정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사상 처음 에릭슨과 노키아를 제치고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했고, 올해 2분기에는 역대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화웨이는 2016년에 설립한 워싱턴주 벨류 사무소를 비롯해 워싱턴 커클랜드 사무소 등 세 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미국 사무소에는 현지 임원이 근무했다. 이들은 △베스트바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뉴에그 △B&H 등 자급제 스마트폰 유통채널 관리를 비롯해 이통 서비스 사업자와 협상 업무를 담당했다.
이에 앞서 올해 초 화웨이는 워싱턴 사무소 대외 업무를 총괄한 빌 플러머 부사장을 전격 해임했다. 플러머 부사장은 1990년부터 미국 외교부 공무원으로 재직, 노키아를 거쳐 화웨이에 2010년 7월 합류했다. 사실상 화웨이와 미국 정부 간 가교 역할을 했다. 미국 철수를 위한 사전 단계로 플러머 부사장을 해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화웨이의 미국 철수는 다각도 포석으로 해석된다. 단기로는 미국에서 5세대(5G) 통신장비 관련 보안 문제가 지속되고, 스마트폰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는 지역에 집중하는 게 이익이라는 현실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짙다.
장기로는 미국 시장 공략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화웨이가 처한 현실 외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등 외부 요인이 복합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시장은 화웨이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된 이후 미국 5G 통신장비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숨고르기 절차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벤 스탠턴 카날리스 선임연구원은 “화웨이가 미국에서 배척된 것은 오히려 아시아와 유럽을 집중 공략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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