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을 말하면 와이브로는 정부 정책 실패 대표 사례다. 글로벌 시장 흐름 파악과 면밀한 분석이 부족했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고, 결국 표준화 경쟁에서 밀렸다.
정부는 기술 트렌드가 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에서 롱텀에벌루션(LTE)으로 넘어가는 게 분명해졌을 때도 뚜렷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방관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는 투자비 회수는커녕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중계기 제조사 등 관련 중소기업은 사업을 접었다.
정부 정책 실패 사례는 와이브로 이외에도 여럿이다. 동기식 IMT-2000 사업은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사업권 포기, 최고경영자(CEO) 퇴임으로 이어졌다. 소비자 편익 증진과 사업자 간 공정 경쟁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동기식·비동기식 동시 도입은 무리한 정책 집행이라는 지적이 비등했다.
계륵으로 전락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도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다. 재난안전통신망은 본사업 착수를 앞뒀지만 2008년 사업 중단 이후 10년을 허비했다. 정책 수립과 추진 실패, 그로 인한 예산 낭비와 산업 피해가 명확한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정책 입안자에게 정책 실패 책임을 일일이 묻는다면 과감한 혁신 정책 수립이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공무원 특유 복지부동 확산도 우려된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책과 그로 인한 사회 손실을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 '적절한 책임'을 지울 때 신중함과 함께 정책 성공률이 높아진다.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서 '책임지는 사회'로 변화는 공직사회가 선도하는 모습을 보일 때 시작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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